'레드카드' 사건 파기환송…법원 "학부모의 부당한 교권침해 맞다"

"방과 후 청소시켰다" 3년간 담임 교사 괴롭힌 학부모
1심·2심·대법 원고 승패소 엇갈려…파기환송심 원고 패소

광주고등법원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레드카드’를 줬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는 학부모 A 씨가 전북의 모 초등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을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이른바 '레드카드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에서 담임교사를 고발한 학부모다. 이 행정소송은 학부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가 교권침해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다퉜다.

1심은 피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에 다시금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해당 소송을 광주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사건은 지난 2021년 4월 한 초등학생에게 담임교사 B 씨가 레드카드(호랑이 모양 스티커)를 주면서 시작됐다. 수업시간에 물병으로 장난을 쳤다는 게 레드카드를 준 이유였다. 당시 B 교사는 빗자루로 14분간 청소를 시키는 등 생활지도를 했다.

이를 알게 된 학부모 A 씨는 '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교감에게 담임교체 등을 요구했다.

이후 A 씨는 '교사가 보낸 문자가 성의가 없다'며 수시로 담임교체를 요구하며 학생 등교와 결석을 반복, 교육청 등에 수차례 진정·민원을 제기했다. 또 B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자녀에게 녹음장치를 휴대하게 한 뒤 등교시켰다.

수개월 간 시달리던 B 교사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 '교육활동 침해사안'으로 신고했다. 그는 극도의 불안·우울증세에 시달려 스트레스로 인한 치료를 받고 있다.

교권위는 학부모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 행위임을 인정하며, B 교사에 대한 심리상담, 조언, 특별휴가 등의 보호조치를 권고했다.

A 씨는 교권위의 권고가 부당하다며 해당 행정재판을 청구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고의 반복적인 담임 교체 요구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부모 등 보호자는 자녀의 교육에 관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학기 중 담임에서 배제되는 것은 해당 교사의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인사상으로도 불이익한 처분으로 학생들에게는 담임 교사의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는 레드카드 제도나 방과 후 청소를 금지하는 등의 교육방법 변경을 요구해 볼 수 있었음에도 곧바로 담임 교체만을 요구했다. 원고는 자녀의 결석을 반복하며 결과적으로 담임 교체를 위해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는 원고의 요구에 따라 수업모니터링 약속까지 했는데 이는 교육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원고 자녀의 결석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였다"며 "원고의 요구는 담임 교사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방식에 해당한다. 교권위의 의결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B 교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혐의를 벗었다.

서거석 전북자치도교육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결정에도 B 교사를 각종 혐의로 고소한 A 씨를 공무집행방해, 무고, 상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대리 고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