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종합보고서 발표 열흘 남았건만…위원들간 고성·한숨만
목차 정리에만 1시간 넘게 논쟁
국힘 추천 위원 "당시 말단 사병 무슨 죄있냐" 망언도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5·18 진상규명 종합보고서 발간을 열흘 남겨놓고 최종 의견을 나누고 있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여전히 조율 대신 사사건건 논쟁을 벌이고 있다.
5·18조사위는 13일 오후 제133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오는 24일 공개될 예정인 '종합보고서' 최종안 검토 건을 논의했다.
종합보고서는 지난 2월 말부터 발표했던 사건별 '개별보고서' 17개를 바탕으로 당시 담지 못한 세부 근거를 추가하고 발표 후 논란이 됐던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해 내놓는 조사위의 '최종 결과물'이다.
앞서 조사위원들은 숱한 회의를 통해 개별보고서 속 논쟁 사안들을 '통합'하려고 했지만 매번 서울사무소의 국민의힘 추천위원들과 광주사무소 위원들의 견해가 엇갈리면서 의견이 모아지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그간의 논의를 바탕으로 의견을 모아 최종 '종합 보고서'를 마무리 짓는 최종적인 자리였지만 이마저도 조사위원들은 말 끝마다 서로 꼬투리를 잡고 비난하면서 의견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각 위원들이 서로를 향해 '이 양반아', '이 사람아' 소리치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고 다른 위원의 발언 때 종이를 날리거나 '한숨'을 쉬는 일도 잦았다.
위원들은 △제1장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 배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과 책임 △제3장 민간인 상해 △제4장 외곽봉쇄지역 집단학살 △제5장 중대한 인권침해 △제6장 무기고 습격사건과 북한군 개입설 △제7장 결론 △제8장 국가에 대한 권고 등 보고서를 8장 형태로 구성하기로 했다.
다만 목차 내의 '제목'을 두고서도 서울사무소와 광주사무소는 이견을 냈다.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과 책임'의 각 절에서 '제3절 계엄군의 헬기사격'과 '제4절 공군의 전투기 출격대기'처럼 주어를 명시해서 적을지 '제3절 헬기사격', '제4절 전투기 출격 대기'처럼 생략할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제7장 결론'의 경우 장의 제목을 '결론'으로 할지 '조사성과와 과제'로 할지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이에 위원들의 다채로운 의견을 바탕으로 사무처에서 최종적으로 제목을 정리하기로 마무리가 됐지만, 그 결과 목차를 정리에만 시간이 1시간 넘게 소요됐다.
각 보고서의 논란에 대해서도 지적과 해명이 계속 반복됐다. 국민의힘 추천위원들은 "보고서의 목적이 '국민통합'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모호하거나 편향적"이라며 문구 수정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문구 수정을 재차 요구하면서 이들의 요구사항이 '편향적인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닌 마치 '계엄군을 감싸고 편을 드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추천인 이종협 위원은 "계엄군의 잔혹한 만행은 강조해놓고 시위대가 장갑차에 불을 붙이려고 했던 것 등 시민군이 과격한 행동을 한 사건의 경우 과잉 축소해놨다"고 비판했다.
또 "계엄군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쏜 것과 '시위대 쪽 아스팔트 바닥에' 총을 쏜 것은 의도와 결과가 분명히 다르다"면서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기환 위원 역시도 "조사위의 목적과 종합보고서 발간은 '진실을 밝혀서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피해자와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다만 그 당시에 갔던 말단 사병들은 무슨 죄가 있냐. 그사람들의 주장도 객관적으로 담아야한다"고 말을 보탰다.
개별 보고서 발표 당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故(고) 권용운 일병 사건에 대해서도 제대로된 결론을 짓지 못했다.
'발포 경위' 개별 보고서에서는 권 일병이 숨진 이유로 '계엄군의 장갑차 후진으로 인한 사망'을 제시했는데, 군경피해 보고서는 '계엄군 때문인지 시위대 공격에 의한 사망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혼용 기재하면서 교차검증이 소홀하고 증거 판단이 부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종협 위원은 "시위대의 공격에 의한 사망이라는 진술은 배제시키고 계엄군 장갑차에 의해서 사망했다는 내용만 채택해 선택적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이라고 했다.
광주사무소에서 발언한 김희송 위원은 "발포경위 보고서에는 '계엄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했다'고 명확히 적혀있다"면서 "군경피해 사건 보고서를 작성할 때 논쟁을 하면서 잘못 기술한 것이다. 이종협 위원 등 보수계에서 지적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그 진술 그대로 남기느라 혼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종협 위원은 "조사 당시 권용운 일병이 '계엄군 장갑차에 의해 사망했다'는 의견이 11명이었고 '시민군에 의해 사망했다'는 것이 2명의 의견이었는데 소수이지만 배제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암매장'이 실제 있었다는 표현을 두고서도서울측 이동욱 위원과 광주측 김희송·민병로 위원이 다퉜다.
조사위원들은 암매장과 관련해 3공수여단에서 180여 명을 조사한 바 있다. 그 결과 이중 57명이 '실제 암매장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동욱 위원은 "'암매장 사실이 확인됐다'는 표현은 '시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이라며 "'암매장했다는 진술이 나왔다'고는 적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계엄군에 의한 암매장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불능'이 맞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조사위원들은 이날 약 4시간에 걸쳐 최종 보고서 안을 심의했지만 개별 보고서와 크게 달라진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이들은 각자 의견에 대해서 논쟁만 벌였을 뿐 내용을 통일 시키지 못하고 각자의 의견을 각주 형태로 '추가 의견' 기술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송선태 조사위원장은 "이로서 4년 6개월간의 전원위원회 회의를 공식 마무리한다. 많은 현안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러 위원들이 주신 의견을 종합해 정리하겠다"며 "그간 불철주야 열심히 토론하고 헌신적으로 해준 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위는 오는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에 방문한다. 대통령실에는 전자보고로 대신한다. 이날 오후 종합보고서 발간 보고회가 서울사무소에서 개최된다.
25일에는 오후 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 26일 해단식을 갖고 모든 여정을 마무리한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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