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간 애써 키운 한우, 팔아봤자 200만원 손해"

공급과잉에 한우가격 폭락…영암서만 올해 19곳 폐업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하고 사료값 상승 등 생산비가 늘면서 한우농가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한우농가에서 소들이 사료를 먹고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영암=뉴스1) 김태성 기자 = "한 달에 사료비만 4000만 원씩 들어갑니다. 그런데 3년간 애써 키워봤자 마리당 200만 원 손해를 보는데 어떻게 견디겠어요."

12일 오후 전남 영암군 신북면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강민 씨(29)의 하소연이다.

한우 300마리를 키우는 그는 오전 6시 일어나 축사에 가서 아침 사료를 줄 때면 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사료를 주는 자신에게 몰려드는 소들에게 많이 먹여주고 싶지만 사료가격만 생각하면 순간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한 씨는 3년 전 귀농해 아버지와 축산농가 일을 함께하고 있지만 한우값은 떨어져 팔 수도 없고 사료가격은 올라 언제까지 버틸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 씨는 "말 그대로 한우를 키울수록 손해만 늘어나는 게 지금 축산농가의 현실이다"고 전했다.

지난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우가격 폭락세는 공급 과잉과 소비 위축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우 비육우(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소)의 마리당 순손실은 142만 6000원으로 전년보다 73만 6000원(106.8%) 증가했다.

한 씨는 "3년 전에 시작할 때는 4마리에 5000만 원 정도로 한우 값이 좋았는데 지금은 인건비를 거의 빼고도 200만원가량 손해다"고 안타까워했다.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하고 생산비가 늘면서 한우농가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한우농가 소들이 여물을 먹고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한우 공급량이 늘고 사료비, 인건비(자가 노동비) 등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 손실은 늘어만 가는 실정이다.

비육용 배합사료 가격은 1년 새 2.9% 증가하는 등 사료가격 오름세는 농가 손실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우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폐업이나 휴업을 선택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전남의 한우 사육두수(지난해 4분기 기준)는 63만여 마리며 영암은 장흥에 이어 두번째로 한우 사육두수가 많은 지역이다.

영암지역 한우농가 1090곳 중 휴업한 농가는 22곳, 올해 들어 19곳이 폐업을 신고했다.

한지용 전국한우협회 영암군지부장은 "농가에서 몇백만 원씩 손해를 보면서 소를 팔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농가에 저리의 사료 지원자금으로 버틴다지만 2년밖에 안 되는 일시상환이 기다리고 있어 고민이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하고 생산비가 늘면서 한우농가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12일 전남 영암군 신북면 한 한우농가에서 소들이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농가들은 사료값이 올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024.6.12/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참다못한 한우농가들은 다음 달 초 서울에서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우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로 소를 키우면 키울수록 빛만 쌓여가는 상황에서 '반납한 한우를 정부가 알아서 키우라'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한우 반납 집회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한우값 폭락에 반발하며 상경 시위를 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한지용 지부장은 "버티다 버티다 오직 힘들었으면 소를 끌고 정부에 항의하러 가겠느냐"며 "한우 농가들이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hancut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