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지났지만 달라진 것 없어" 광주 학동참사 3주기 추모식(종합)

동구청사 앞에서 유가족,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등 100여명 참석
부상자·유가족 트라우마 결과에 "체계적인 대책 마련해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참사 3주기인 9일 광주 동구청사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이진의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철거 중인 건물이 무너지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기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추모식이 엄수됐다.

광주시와 동구는 9일 오후 4시 20분쯤 광주 동구청사 앞에서 참사 3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을 비롯해 내외빈 100여명이 참석했다.

2·18 대구 지하철화재, 4·16 세월호, 10·29 이태원참사 등 8개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모인 재난참사피해자연대도 자리를 함께했다.

사고 발생 시간인 오후 4시 22분 추모 묵념을 시작으로 헌화와 추모사, 4·16합창단의 추모 합창, 애도의 시간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이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며 굵은 눈물방울을 흘렸고,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흐느꼈다.

이진의 유가족 협의회 대표는 "학동 참사는 기업이 그들의 최고 가치인 돈을 아끼는 방법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절차와 안전을 무시하는 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사고"라면서 "사고 발생 3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건설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특히 사망 사고가 있을 경우 저희가 제대로 바로 잡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자책까지 하게 된다"며 "더이상 이런 말도 안 되는 붕괴 사고 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본의 횡포와 불법적 이운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달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책임자 처벌은 재판이 끝나지 않아 누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고 이야기했다.

3년여 만에 사고 지점에서 300m 떨어진 곳에 조성이 가닥잡힌 추모공간에 대해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가혹한 의견들이 인터넷 상에 보이고 있다"며 "추모공간 조성은 참사가 재발되지 않기를, 또 다른 무고한 시민이 우리와 같은 슬픔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만큼 더이상의 억측과 오해로 인해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참사 3주기인 9일 광주 동구청사 앞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이진의 유가족 협의회 대표가 추모사를 하고 있다. 2024.6.9/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추모공간을 세심히 챙기겠다고 했다.

강 시장은 "이 같은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도시, 시민의 일상이 지켜지는 광주를 만드는데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모공간이 완공될 때까지 세심히 살피고 참사의 증거인 운림 54번 버스 역시 유가족과 함께 가장 명확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추모식에 앞서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발표한 학동참사 피해자 19명(부상자 7명·유가족 12명)이 극단적 선택 시도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광주시와 동구, 현대산업개발은 학동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부상자, 유가족을 비롯해 당시 구조와 수습에 참여했던 경찰, 소방대원에 대한 체계적인 필요가 필요하다"며 "사고 버스인 운림54번은 안전사회를 위한 나침반으로 활용하기 위해 영구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전 이날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 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는 건출물 해체계획서와 안전 지침 등을 지키지 않은 불법 철거 공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