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붕괴참사 3주기…"피해자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
부상자 4명 극단선택 생각…유가족 실제 시도
"체계적 치료에 경찰, 소방대원도 포함해야"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학동참사 부상자와 유가족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재난피해자권리센터가 발표한 '광주학동참사 피해자 19명(부상자 7명·유가족 12명)의 신체적·심리적·사회적 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상자 7명 전원이 사고로 인한 극심한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85.7%가 사고 이전과 비교해 부상 부위에 만성적 통증 등을 겪으며 신체적 건강 상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모두 우울증을 경험했고, 불안증과 불면증을 겪으며 71.4%가 정신적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7명 중 4명은 부상 후유증 등으로 최근 1년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친구 간 불화를 비롯해 사회적 관계에서 부정적 갈등을 경험한 비율도 87.7%로 집계됐다.
부상자 7명 중 5명은 사고 이후 거주지를 옮겼는데, 이 중 80%는 버스 정류장을 피하기 위해서 등이 사유다.
유가족 12명 중 91.17%가 건강이 악화됐고, 25%는 만성 두통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58.3%는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매우 불만족을 택했으며, 25%는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가족 41.6%도 거주지를 옮겼는데, 응답자 모두 '재난 피해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에 2·18 대구 지하철화재, 4·16 세월호, 10·29 이태원참사 등 8개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모인 재난참사피해자연대는 이날 광주 동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광주시와 동구, 현대산업개발은 학동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리적 개입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유가족과 부상자를 비롯해 당시 구조와 수습에 참여했던 경찰, 소방대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장기적 관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사고 버스인 운림54번 버스를 영구보존해야 한다"며 "버스는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웠을 때 우리 사회에 도래하게 될 내일에 대한 경고장이다. 안전사회를 위한 나침반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돼 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는 건축물 해체계획서와 안전지침 등을 지키지 않은 불법 철거 공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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