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길고양이를 위한 학생들의 헌정…광주대 이색전시 ‘모루전’

2022년 주얼리디자인전공 찾아온 길고양이와의 우정이 예술로
내년 반려동물보건산업학과 신설…첫 학기 등록금 무료

광주대가 길고양이 ‘모루’를 상징화한 특별 전시회를 연 가운데 김동진 광주대 총장이 ‘모루’에게 츄르를 먹이는 모습(왼쪽)과 ‘모루를 형상화한 문정은 학생의 모빌 아트.(광주대 제공)2024.6.4./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대학교 캠퍼스를 거닐며 학생들의 사랑으로 자란 길고양이가 예술작품으로 거듭났다.

주인공은 광주대학교의 길고양이 '모루'. 2022년 11월 쌀쌀해지는 날씨 속에 모루는 광주대 극기관 1층 금속공예실습실에 얼굴을 내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치 '들어가도 되냥'하고 묻는 듯한 고양이를 학생들은 내쫓는 대신 받아들였고 그렇게 모루와 학생들의 만남이 시작됐다.

주얼리디자인전공 학생들은 고양이에 '모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거 대장간에서 달궈진 쇠를 두드리고 펴내며 다양한 도구로 만들어내는 그 모루다.

집사를 자처한 학생들과 교수들이 먹이고, 보살피며 1년 6개월째 함께하고 있는 모루는 캠퍼스의 마스코트가 됐다.

지난해 11월 모루의 1주년 생일 축하 자리에서 학생들은 '반려동물과 집사'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 결과인 특별전시회 '모루전'이 6월 10일까지 광주대 호심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학생들과 모루의 유대감을 표현하는 작품들부터,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을 위한 용품도 한 자리에 모였다. 김동진 광주대 총장도 전시장을 찾아 모루에게 고양이 간식 츄르를 먹이는 등 집사를 자처하며 축하했다.

길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광주대학교 ‘모루전’에 출품한 김지은 학생의 ‘crazy about you’ 미니어처 의자. 2022년 11월 캠퍼스로 찾아온 고양이 ‘모루’를 형상화했다.(광주대 제공)2024.6.4./뉴스1

문정운 학생의 작품 'toy Moru'는 모루를 형상화한 모빌 아트를 선보였고, 김지은 학생의 'crazy about you'는 모루의 꼬리로 그의 감정을 표현한 미니어처 의자다. 그 동안 많은 위로와 기쁨을 주었던 모루를 향한 감사의 표현을 금속공예로 표현했다.

학생들은 이처럼 저마다 모루를 향한 애정을 담은 금속공예 액세서리와 키링, 모빌, 설치미술 등 미술작품과 굿즈상품부터 반려동물용품과 사료급식기 디자인 등 반려동물제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특히 광주대는 반려동물 인구 1300만 시대를 맞아 전문산업인력 육성을 위해 반려동물보건산업학과를 신설하고 올해 수시부터 신입생을 모집, 내년 신학기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첫 입학생 전원에 첫 학기 등록금을 무료로 제공할 만큼 반려동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의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대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는 이번 '모루전'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반려동물보건산업학과 신설로 반려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행보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