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건물 붕괴에 '17명 사상' 학동4구역 추모공간 조성된다
참사 발생 2년 9개월여 만 합의…사고 지점서 300m 떨어진 외부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로 숨진 시민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간' 조성 문제가 약 3년 만에 매듭 지어졌다.
조합 측이 아파트 부지 내 조성에 반대하면서 지지부진했던 추모공간은 결국 유족 등과 협의를 통해 사고지점에서 약 300m 떨어진 외부에 만들어진다.
30일 광주시와 동구에 따르면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유가족 측은 지난 3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간 조성에 합의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9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추모공간에 대한 공감대가 모였지만, 재개발 부지 내·외부 등 장소 선정에 이견을 보이면서 실제 추진은 미뤄져왔다.
지속적인 논의 끝에 현대산업개발과 유가족 측은 부지 내 철거된 선양교회 인근에 추모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했던 학동증심사입구역 버스정류장과는 직선거리로 약 300m 떨어져있다.
이곳에는 오는 2026년 상반기쯤 학동행정복합센터(행정복지센터)가 들어설 예정으로 센터 앞에 만들어질 도심 속 산책 공간인 연결녹지를 활용한다.
구체적인 면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광장 바닥에 '시간의 순환'을 의미하는 4개의 원형 패턴을 새길 예정이다.
휴게 공간으로 마련될 벤치 뒤로는 희생자 9명을 기리는 추모 식수 9그루가 식재된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으로 추모공간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사고 당시 매몰된 운림 54번 시내버스를 활용하는 방안은 추가 논의 중이다.
유가족의 보관 요청에 따라 사고 차량은 북구 각화정수장에 보존되고 있다. 이를 존치하거나 녹여서 조형물로 만드는 것에 대한 논의로 전해졌다.
추모공간은 아파트 준공 일정에 맞춰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 내에는 철거 대상 건물 594개동 중 학동주민센터와 남광교회 내 교육관 2개만 남아있다. 이르면 오는 6월쯤 철거공사는 마무리 될 예정이다.
공간 조성 부지와 비용은 현대산업개발 측에서 부담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간 조성과 관련해 현대산업개발과 유가족 등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1년 6월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지역에선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 승객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는 건출물 해체계획서와 안전 지침 등을 지키지 않은 불법 철거 공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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