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 사진 잘못 쓴 정부… 5·18재단 "실무자 곤혹 없길"(종합)
故 박금희 열사 영상에 박현숙 열사 사진 내보내
오월 단체 "당사자 배제한 채 행사 준비해 한계"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정부 주관으로 18일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사용된 고(故) 박금희 열사를 집중 조명하는 내용의 영상에 박금희 열사가 아닌 고 박현숙 열사 사진이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다.
5·18기념재단 측은 이번 일의 발생 원인을 '당사자 단체를 배제하고 기념식을 준비한 국가보훈부의 한계'로 규정하면서도 "보훈부 실무자나 영상 제작업체 직원이 곤혹을 치르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18일 보훈부와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박금희 열사(사망 당시 16세)는 계엄군이 1980년 5월 21일 광주~화순 간 도로에서 벌인 봉쇄 작전 당시 희생자다.
44년 전 춘태여상 2학년생으로서 간호사를 꿈꿨던 그는 "피가 부족해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차량 방송을 듣고 시위대 측 헌혈 버스에 올라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조선대에서 주남마을로 이동하던 제11공수여단과 제7공수여단이 총격전을 벌이면서 헌혈을 마치고 귀가하던 박금희 열사도 소태동 버스 종점 부근에서 총탄에 맞아 숨졌다. 현재 그는 5·18 묘지 제1묘역 1-26에 잠들어 있다.
보훈부는 이날 기념식에서 박금희 열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조명하는 영상을 내보내면서 그가 1979년 11월 27일 받은 헌혈증서와 함께 인물 사진을 소개했다.
그러나 헌혈증서와 함께 화면에 배치된 사진은 박금희 열사가 아니라 고 박현숙 열사(사망 당시 16세)의 것이었다.
5·18 당시 송원여상 3학년이던 박현숙 열사는 1980년 5월 23일 주남마을 근처에 매복해 있던 계엄군의 총격에 사망했다.
박현숙 열사는 당시 수많은 사상자로 인해 시신을 담을 관이 부족해지자, 관을 구하려 화순으로 가는 시민군 버스에 올라탔다가 변을 당했다.
박현숙 열사는 현재 5·18 묘지 1묘역 2-03번에 안장돼 있다.
이에 대해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입장문을 통해 "기념식 주관처와 5·18재단, 유족회 등이 매년 기념식 전반을 협의해 왔으나 어느 순간부터 보훈부가 당사자, 당사자 단체를 배제하며 기념식을 준비해 매년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겼다"며 "이는 어찌 보면 실무자의 단순 실수, 사고이지만 기념과 기억의 주인공인 당사자와 당사자 단체를 배제한 채 일을 하는 보훈부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이사는 "이번 일로 보훈부 실무자나 영상제작업체 직원이 곤혹을 치르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훈부 관계자는 "영상 제작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며 사진을 잘못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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