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성찰'의 5·18 전야제… '모두의 오월'로 꽉 채웠다

세월호·이태원 등 사회적 참사 연대… 광주시 공직자들도 참여

17일 오후 전남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 44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이태원 유가족이 오월 어머니들과 만나 위로의 포옹을 하고있다. 2024.5.17/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5·18민중항쟁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펼쳐진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전야제는 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찼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으며 눈물을 닦고 환하게 웃었다.

이번 전야제에서 '오월 광주'는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44년 전 목소리에 응답하며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와 이태원 참사(2022년 10월 29일)를 껴안았다. '나'의 목소리와 '너'의 목소리가 만나 공명이 되고, 오월 광주는 또 한 번 '대동' 세상을 펼쳤다.

17일 오후 5·18 전야제가 펼쳐진 금남로 일대.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겪은 이들과 오월 어머니들이 마주 섰다. 이번 전야제엔 하나의 주 무대 대신 '인권' '민주' '오월'을 각각 상징하며 쌍방 소통이 가능한 무대 3개가 설치됐다. 이들은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연대를 다짐하는 편지로 서로를 위로했다.

오월 어머니는 "먼저 겪어 봤기에 잘 알고 있다. 우리 어머니들의 고통은 44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며 "5·18과 세월호, 이태원은 이미 하나"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제44주년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4.5.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그는 "우리 오월 어머니들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가족 여러분을 깊게 이해하고 존중하며 마주하겠다. 아픔과 슬픔,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며 "절대 포기하지 말자. 국가폭력의 현장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 함께 어깨동무하고 가자"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에 이번 전야제에 함께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오월의 정신을 이어받아 어떤 부당함에도 절대 굽히지 않고 살 것이며 연대해 가겠다"며 "외롭지 않게 우리 사회의 모든 아픔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로를 향한 편지를 읽고, 무대를 내려와서도 서로를 향해 걸었다. 무대 사이에 앉아있던 시민들 가운데로 걸어 나간 이들은 박수를 받으며 서로를 따스하게 껴안았다. 서로의 눈물을 닦고 손을 잡았다.

전야제 마무리는 '축제'였다. 전야제에 참여한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아리랑'에 맞춰 얼쑤절쑤 어깨를 흔들며 행진했다. 전야제 참가자들은 금남로를 따라 늘어선 3개 무대를 관통하며 모르는 이들과 함께하는 흥겨운 마무리로, '추모'에서 '축제'로 5·18 전야제를 승화했다.

이날 전야제에 앞서 진행된 민주 평화 대행진엔 작년에 이어 광주시 공직자가 대거 참여해 그 의미를 더했다. 광주시 공직자 600여명은 올해도 전국에서 모인 이들과 함께 광주공원에서 5·18민주광장까지 행진했다.

민주 평화 대행진은 44년 전 당시 민족 민주화 대성회에 참가하기 위해 금남로로 향하던 가두행진을 재현한 것이다. '민족 민주화 대성회'는 1980년 5월 14~16일 사흘 동안 현 5‧18 민주광장에서 시민과 대학생들이 민주화 실현을 바라며 토론했던 행사다.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일대에서 '모두의 오월 하나되는 오월'을 주제로 열린 전야제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광주·전남 총선 당선인들을 비롯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정청래 수석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행진하고 있다. 2024.5.17/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시 공직자들은 전야제가 끝난 뒤에도 금남로 일대에서 뒤풀이 등을 함께하며 오월 정신을 기렸다.

올해 전야제는 '2024 오월 광주'로 명명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가 진정한 포용 도시,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오월 행사를 준비하는 시 공직자들부터 활발한 참여를 통해 광주를 찾는 이들과 현장에서 호흡하며 환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2030년 50주년 5·18로 가는 길목에서 '비움과 성찰'로 지난 40여년의 5·18을 되돌아보고 그 미래 계승을 논의해 '모두의 오월'로 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강 시장은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5·18을 겪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1980년 이후에 5·18을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모두의 것인 '나-들의 5·18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광주시는 50주년 5·18을 앞두고 우리나라와 전 세계 시민이 광주를 찾고, 광주에서 5·18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오월 민중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강 시장은 "1980년 5월 광주는 고립되고 외로웠지만 이후 광주를 기억하고 찾아준 이들 덕분에 광주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며 "우린 '2024 오월 광주'를 맞아 내 삶은 안녕한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안녕한지, 44년 전 그날처럼 금남로에 나와 서로 안부를 묻는다. 나이, 장애, 성별, 소득 등에 상관없이 우리 오월은 모두의 오월로, 추모이자 축제의 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