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에 17명 희생' 광주 주남마을 인권문화제 지속되려면
마을 주민이 주최하고 봉사단체서 지원
주민들 연로…"市·區 주관으로 변경해야"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버스 총격에 사망한 민간인을 기리는 광주 동구 주남마을 문화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16일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 추진위원회와 주민들은 주남마을 일대에서 치유와 평화를 위한 '제11회 기역이 니은이 축제'를 개최했다.
주남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은 계엄군이 광주로 통하는 통로를 봉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이다.
당시 11공수여단은 광주에서 화순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주남마을에서 봉쇄 작전을 벌이다가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쯤 화순으로 향하던 미니버스 1대를 총격했다.
총격으로 탑승자 18명 중 15명이 사살 당한 채 발견됐고, 남은 생존자 중 남성이었던 청년 2명은 인근 야산에서 총살당했다.
주남마을 주민들은 5·18민주화운동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기역이 니은이 추모제'를 열고 있다. 행사 이름은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을 따 상징화했다.
올해 행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임택 동구청장과 마을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마을 입구에서 518m 떨어진 위령비까지 만장을 들고 행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낭송, 살풀이, 풍선 날리기, 헌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내빈소개, 인사말씀, 붓글씨 퍼포먼스 순으로 구성됐다.
행사가 성공리에 마치면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2030년 5·18민주화운동이 50주년이 되는 해에는 광주의 오월을 전세계에 알리는 민중축제를 열어 그 시작 장소를 주남마을이 되도록 준비해보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까지 주남마을 문화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현실이다.
주남마을 문화제는 시나 구, 5·18행사위원회가 아닌 마을 주민들이 주축이 돼 준비한다. 인권문화제 추진위원회가 마련돼 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이 마을 주민들로 구성돼 있다.
처음 개최됐던 10여년 전만 해도 마을 주민들이 준비할 여력이 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연로해 예산 구성부터 집행, 프로그램 구성, 결산까지 매 순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행사에도 동구자원봉사센터와 어울림사랑나눔봉사회 등 봉사단체에서 지원했지만 주민들의 부담은 여전한 실정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자원이다. 주남마을 자체는 광주시가 등록한 5·18사적지 중 하나지만 본 행사가 치러지는 희생자 위령비는 개인의 사유지에 위치해 있다.
현재로서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이것도 개인의 배려로 이뤄진 것일뿐 언제든지 사유지 주인이 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나 동구가 위령비 쪽 사유지를 매입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행사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도 마을주민들이 회비를 걷는 형태로 충당하고 있는데 이 부담도 적지 않아 축제를 구 주관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도 크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장은 "올해 행사에 시장과 교육감, 구청장 등이 참석해 '앞으로'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행사가 내년에, 후년에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시와 구에서 마을 사정을 깊이있게 살펴서 행사를 주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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