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총격에 17명 희생' 광주 주남마을서 인권문화제

헌화 후 노란 풍선 날리며 희생자 추모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 일대에서 제11회 기역이니은이 인권 문화제가 개최된 가운데 강기정 광주시장과 임택 광주 동구청장이 위령비를 살피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1980년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계엄군의 버스 총격으로 민간인이 희생된 광주 동구 주남마을에서 치유와 평화를 위한 축제가 열렸다.

주남마을 주민들과 축제 추진위원회는 16일 오전 주남마을에서 제11회 기역이 니은이 축제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임택 동구청장과 마을주민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마을 입구에서 518m 떨어진 위령비까지 만장기를 들고 행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시낭송, 살풀이, 풍선 날리기, 헌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내빈소개, 인사말씀, 붓글씨 퍼포먼스 순으로 진행됐다.

주남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은 계엄군이 광주로 통하는 통로를 봉쇄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이다.

당시 공수부대는 시내에서 철수해 조선대에 주둔해 있다가 22일 새벽을 기해 주남마을 일대에 머물게 됐다.

11공수여단 62대대 부대원들은 광주에서 화순으로 나가는 길목에 위치한 주남마을에서 봉쇄 작전을 벌였다.

5월 23일 오전 9시 30분쯤 화순으로 향하던 미니버스 1대는 매복해 있던 계엄군에 의해 참변을 당했다.

총격으로 탑승자 18명 중 15명이 사살 당한 채 발견됐고, 남은 생존자 중 남성이었던 청년 2명은 인근 야산에서 총살당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는 당시 고등학생으로 손에 부상을 입었던 홍금숙 씨다. 홍씨는 이후 5·18청문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주남마을 주민들은 5·18민주화운동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2014년부터 '기역이 니은이 추모제'를 열고 있다.

행사 이름은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을 따 상징화했다.

올해도 주민들은 하얀 꽃을 헌화하고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아픔을 치유했다.

16일 광주 동구 주남마을 일대에서 제11회 기역이니은이 인권 문화제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이 붓글씨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2024.5.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주남마을 축제가 5·18 희생자를 추모하되 민주주의의 승리를 기뻐도 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기쁨의 자리 공동체의 장으로 어떻게 소화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5·18민주화운동이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광주의 오월을 전 세계가 누릴 수 있는 민중축제를 준비 중이다. 또 그 민중축제의 시작 장소가 이곳 주남마을이 되도록 준비해보겠다"고 전했다.

이정선 교육감은 "그동안 5·18에 대해 많은 교육자료를 만들었고 꾸러미를 만들어서 전국에 배포했지만 주남마을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제작하지 못했다"며 "주남마을의 아픔을 담아 자료를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