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일 여성 당선인’ 전진숙 "광주 현역 대부분 물갈이는 86세대 심판"

"86세대, 정권과 싸우라고 했더니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싸워"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 국회의원 당선인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풀뿌리 정치인'으로 꼽히는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 국회의원 당선인은 22대 총선 광주의 선택을 놓고 '86세대 심판론'에 주목했다.

전 당선인은 <뉴스1>과 인터뷰에서 광주 현역 국회의원 8명 중 7명이 물갈이된 데 대해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운동권이 새로운 모습보다 기득권화돼 민심이 심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당선인은 이번 총선 광주 민심을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뭉쳐 더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정권과 싸우라고 했더니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86세대가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는 기대, 윤석열 정권에 대해 강하게 싸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현역 의원들이 그걸 담지 못했다"며 "정권에 대항해 싸우지도 않고 민심을 경청하지도 않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민심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유일의 '여성 당선인'인 그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가겠다"며 여성 문제, 일 가정 양립, 보육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1호 법안으로는 청소년 기본소득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4년 전 패배에 이어 두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기쁘기도 하지만 솔직히 무거운 느낌이다. 잠이 안 온다. 선거 과정에서 시민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무엇을 약속했는지, 광주 국회의원 8명 중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잘하고 싶다는 내 욕심과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내가 풀어야 할 광주의 숙제가 많다는 무거움이 많다. 부담감이 아니라 무거움이다.

- 이번 선거, 광주는 현역 8명 중 민형배 의원 빼고 7명이 모두 탈락했다. 일부를 제외하고 현역 의원들의 인지도나 조직력이 우위에 있다고 대부분 판단했다. 북구을도 이형석 의원의 조직력이 더 강하다고 봤는데, 막판에 뒤집혔다. 그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구속영장이 기각됐잖나. 그때부터 민심이 바뀌는 걸 느꼈다. 지역 민심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믿음과 더 강한 민주당이어야 한다는 것, 지역 국회의원들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라는 걸 체감했다.

당시 많은 주민이 '너는 수박이냐', '이재명 대표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뭉치고 정확하게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이재명을 지킬 사람이 누구냐라는걸 선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에 현역 의원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평가하고 얼마나 정치적인 자기 발언을 했는지, 그 정치적 발언을 통해 지역의 민심을 잘 전하고 있는지, 동네에서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를 했다. 그 시기에 현역의원들은 조급해졌고 그러면서 물살을 탄 것 같다.

- 이번 총선 광주 민심은 어떻게 해석하나.

▶문재인 정부에서 첫 번째 무너진 건 도덕성이었다. 부동산이나 집값은 그다음 문제였고 '운동권'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가 먼저였다.

4년 전 총선에서 광주는 소위 말하는 '86세대'가 주류를 이뤘다. 광주시민들은 이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는 기대, 광주를 위해 통 크게 뭔가를 할 수 있겠다거나 윤석열 정권에 대해 강하게 싸울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특히 정권을 넘겨준 데 대한 분노는 극에 달해있었는데 현역 의원들이 그걸 담지 못했다. 한편으로 시민들은 내 삶이 너무 어렵고 힘들다 보니까 누군가에게 토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민들 보시기에 '저 사람들은 뭐 하는 거야?'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권에 대항해 싸우지도 않고 민심을 경청하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물갈이였다고 생각한다.

- '86세대' 운동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있다?

▶민족민주 운동을 해온 86세대에 대한 심판 부분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86세대가 매도당한 느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들의 높은 기대치를 86세대가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듯한 모습, 기득권화된 모습에 시민들이 실망했다고 본다.

이형석 의원은 광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이고 송갑석, 윤영덕 의원은 전대협과 남총련 의장 출신, 이용빈·조오섭 의원은 대학 총학생회 출신이다. 광주 민심은 '이재명'인데, 86 현역 의원 중 일부는 조금씩 결이 다른 것도 한 이유라고 본다.

-'전진숙'도 '운동권'으로 볼 수 있지 않나.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했고 여성단체에서 활동가를 하다 구의원과 시의원,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이번에 당선됐는데, '전진숙'이 이번에 선택받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소위 운동권에 대해 갖고 있던 기대치가 무너졌다는 민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민심은 운동권 출신 지역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정치, 정치의 변화를 이끌지 못했고 광주의 변화, 광주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민생의 문제, 생활 정치도 잘 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구의원, 시의원 하고 청와대 가고, 여가부 산하 기관에 있으면서 경험을 고루 갖춘 전진숙에 대해 북구 주민들이 기대치가 있다고 본다. 주민들은 전진숙은 좀 더 '우리를 잘 알아줄 거야'라는 기대치가 있는 것 같다.

- 일단 운동권이라고 하면 야성이든 전투력이든 있어야 하는데, 보여주지 못했다는 건가.

▶대한민국은 투쟁하면서 이끌어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권을 넘겨줬는데도 전투력이 없어. 윤석열 정권과 싸우라고 했더니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와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대표와 싸우더라도 당내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그래도 똑똑하고 야물다고라도 했을 것 같은데 그것도 안 했잖아.

그러니까 어정쩡한 스탠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뭔가 취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운동권이 새로운 모습보다 기득권화돼 버리니깐 민심이 심판한 거지.

- 송갑석 의원은 그래도 광주에서 '비명'으로 강하게 부딪혔잖나.

▶그나마 세게 이야기한 사람은 송갑석 의원인데, 최고위원 가서는 색깔이 무뎌졌잖나. 결국 보면 정치인은 중립이 없다. O든 X든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자기가 책임지는 게 정치인데 OX를 선택하지 않은 거다.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게 민형배 의원인데, '친명'인 민 의원만 그래도 제대로 정치를 하네, 이렇게 된 거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 국회의원 당선인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 광주에서 유일한 '여성 당선인'이기도 하다.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전진숙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구의원, 시의원했던 풀뿌리 정치인이 국회의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저는 평당원인데, 평당원이 최고위원을 두 번 한 지역위원장과 맞붙어 경선에서 승리한 여성이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지난해 7월 전국의 여성 출마자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유리 천장이 너무 두꺼워 엄두를 못 내는 분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비례로 들어갈까, 전략공천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어쨌든 전진숙이 경선 통과하면서 여성도 열심히 하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줬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았다.

여성으로서 뭘 할 건가라는 문제보다 정말 바닥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 호흡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 지역에 있는 여성 후배들도 잘 키워서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정치 지망생들과 여성 정치인, 풀뿌리 여성 정치인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돼서 그들에게 뭔가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

- 꼭 여성에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것 같다. 여성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약자와 함께 하는 정치를 의미하는 것 같다. 희망하는 상임위는 있나.

▶그렇다. 기본 콘셉트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간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는 여성부터 청소년, 청년들, 장애인, 어르신들 다 포함되는데, 내 스스로는 보건복지 쪽에서 활동하고 싶다. 여성가족위원회도 겸할 수 있으면 겸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여성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지 않나.

여성 문제는 일가정 양립이 첫 번째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도 풀리지 않는다고 본다. 저출산 해결 위해 돈 몇 푼 주고 더 좋은 환경 만든다고 하지만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보육 환경, 일하는 사회적인 성 문화, 일터의 문화, 법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절대 풀 수 없다.

- 일 가정 양립 실현을 위한 방안은.

▶일터에서의 남녀 평등 문제 중 성별 임금 공시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일 가정 양립의 문제에 있어 성별에 따름 임금 불평등의 완전한 해소를 위해 성별 임금 공시제를 도입해 보려고 한다.

민주노동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여성 임금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4.9% 수준에 불과하다. 비정규직과 단시간 일자리에 근무하는 여성의 규모가 훨씬 크다 보니 여성의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격차가 발생한다. 이걸 극복하는 한 방안이 임금 공시제다.

- 보육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 아닌가.

▶보육은 일하는 여성을 위한 기본 베이스다. 보육을 포함해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결혼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것, 웃어른 봉양까지 모두 다 돌봄의 문제다. 돌봄을 아직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그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돌봄의 영역에서 보육, 종일 돌봄이라는 게 지금처럼 형식적인 것 말고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보고 싶다.

어르신들 간병도 쉽지 않다. 간병인을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는 안들을 당에서 함께 제도로 풀어가야 할 것 같다.

- 국회 들어가면 1호 법안, 생각해 놓은 게 있나.

▶1호 법안은 청소년 기본소득제를 준비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교육청에서 청소년들에게 용돈 개념으로 매달 10만 원씩을 준다. 인구 소멸 지역의 군 단위에 먼저 10만 원씩 주고 나머지 지역은 5만 원씩 주고 있는데 전 청소년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여러 리서치 결과를 보면 아이들 용돈이 보통 7만~10만 원 정도라고 한다.

- 아이들에게 국가가 매달 용돈을 주면 기대효과는 어떤 게 있나.

▶아이들은 용돈을 받기 위해 부모에게 감정노동을 한다. 감정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부모로부터 독립된 자기 주체로서 삶을 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달 일정 정도 금액이 들어오면 아이들은 이걸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경제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경제적 주체로서 설 수 있고 아이들도 국가라는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식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아이들이 돈을 쓰는 곳도 동네이기 때문에 마을 공동체를 지키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

- 포퓰리즘 논란도 있겠다.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이야기하셨는데 청소년 수당도 같은 맥락이다. 청소년들부터 뭔가가 바뀌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이 몇십 년 뒤에 국가의 좋은 인재로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보편적 복지냐 시혜적 복지냐를 비롯해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건 아니잖나.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부터 치열하게 논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것 같다.

▶유럽에서도 보편적 복지라는 타이틀을 달고 실패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회가 점차 나아지려면 보편적 복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 기본사회 노선에 대해 호불호를 떠나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도로 까는데 수십, 수백, 수천억 쓰고 있는데 복지로 돌릴 수 있다. 결국 재정을 어디에 쓰느냐의 문제다.

-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소통 잘하는 야무진 정치인이 되고 싶다. 소통에는 시간적인 한계도 있긴 하지만, 소통의 베이스는 소위 사회적 약자라는 이들의 편에 선다는 것이다. 그들이 편하게 찾아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