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쭉정이, 40년 마늘 캐며 이런 일 처음" 수확 앞둔 농가 '한숨'
전남 마늘 주산지 고흥군 덕흥마을 80% '벌마늘' 피해
잦은 비·일조량 부족 원인…전수조사 등 대책 마련 절실
- 김동수 기자
(고흥=뉴스1) 김동수 기자 = "40년 마늘 캐면서 이런 일은 또 처음이네. 이거(마늘) 가져가봐야 죄다 쓰레기여."
전남 고흥군 도덕면 덕흥마을에서 40년째 마늘 재배를 하고 있는 마을이장 박정식 씨(75)는 30일 수확철을 코앞에 두고 한숨만 내쉬었다.
5월 중순이면 마늘 수확 시기인데, 마늘에서 재차 싹을 틔우는 2차 생장인 이른바 '벌마늘' 현상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정상적인 마늘과 달리 벌마늘은 마늘 줄기에 이파리가 여러 갈래로 뻗어있고, 알맹이도 훨씬 작은 모양을 하고 있다.
박 씨는 8596㎡(2600평) 규모의 면적에서 마늘을 재배하는데 그중 80%가량이 벌마늘이라고 했다.
그는 "정상 마늘 한 접(100개)에 1만 3000~5000원 수준인데 벌마늘의 경우는 상품성이 떨어져 시중에 판매하지도 않는다"며 "벌마늘은 죄다 쓰레기일 뿐이다. 올해 마늘 농사는 완전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마늘 농사는 보통 9월에 시작해 5월 중순쯤 수확에 들어간다. 농민들은 매년 벌마늘 현상이 발생했지만 올해만큼 심각했던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15년째 마늘 재배를 하는 김성근 씨(53)도 "4월 초부터 2차생장이 일어나더니 급속도로 벌마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우리 마을은 90% 이상이 벌마늘이어서 큰일이다"고 생계를 걱정했다.
또 다른 농민 김 모 씨는 "2019년에도 벌마늘로 인해 한 해 농사를 전부 망쳤다"며 "재해로 인정되도록 피해 보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고흥 지역은 전국 마늘의 16%를 생산하는 주산지다. 전남 지역에서도 마늘 생산량이 가장 많다.
제주와 경남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벌마늘 현상이 고흥과 여수까지 이어지면서 전남 지역 발생률이 20%(지난해 2.2%) 수준에 달하고 있다.
평년보다 잦은 강우와 일조량 부족으로 인해 벌마늘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게 고흥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남도와 고흥군은 5월 7일까지 피해접수 등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관은 실태·현황 파악 후 정부에서 농업재해로 인정할 경우 정밀조사를 통해 재해대책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벌마늘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관련기관들과 논의를 통해 신속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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