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암행어사' 자처…'친명' 대표주자 김문수 "강한 야당 정치인"
[당선인을 만나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서 64.34% 득표
지지율 한 자릿수서 당선까지 고향서 기적 만들어
-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서울시의원 두 번이 대수냐, 무슨 국회의원이 쉬운 줄 아냐."
22대 총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에서 첫 금배지를 거머쥔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당선인(55)이 선거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지난 25일 오후 전남 순천시 연향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당선인.
솔직한 입담과 유쾌한 넉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끈 김 당선인은 길을 지나던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는 '소탈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 당선인은 순천 출생으로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 사무차장, 서울 성북구청장 비서실장, 제8·9대 서울시의원(지역구 성북구)을 지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민활동을 하다 김영배 의원(서울 성북구갑)이 '제도권에 들어와서 제대로 정치 한번해보자'는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향이 순천 송광면인데 지리적으로 광주와도 가까워 민주화운동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군사독재시절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대학도 정치 관련 학과로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성북구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정치생활을 이어오던 김 당선인은 지난해 초 고향인 순천으로 내려와 일찌감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바닥민심을 다졌다.
'순천 암행어사 김문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그는 '이재명 당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잡는데 주력했다.
김 당선인은 "민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 고향인 순천에서 제대로 된 정치, 올바른 정치를 해보고 싶었다"며 "명분도 충분했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생각대로 쉽게 풀리지 않았다. 순천갑은 당시 전·현직 국회의원과 시장, 청와대 출신 관료 등 경쟁력있는 후보들이 즐비해 광주·전남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선거구였기 때문이다.
'서울시의원 두 번한 것이 대수냐', '현실 정치가 쉬운 줄 아냐', '순천에선 그 정도 타이틀로는 어림도 없다', '이름도 없는 양반이 감히 순천에서'라는 등 곱지 않은 시선이 대다수였다.
김 당선인은 주눅들거나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강해졌다. 그는 "어차피 지지율 0%에서 시작하는 거 열심히 최선을 다 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했다.
순천갑은 민주당 현역의원의 갑작스런 총선 불출마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후보의 경선배제(컷오프), 공천 파동 등 선거판이 요동치면서 민주당 최종 후보로 김 당선인이 확정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사실상 민주당 텃밭이라는 점과 전국적으로 정권심판론이 들끊는 상황에서 순천갑은 민주당 후보의 강세 속에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결국 김 당선인이 금배지를 거머줬다.
김 당선인은 "다이내믹한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충격에 빠져 슬퍼하기도, 기뻐하기도 했다"며 "이제는 순천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강한 야당 정치인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 당선인은 이재명 당대표와의 인연도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그는 2017년 민주당 제19대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로 나선 이재명 성남시장의 캠프 비서실 선임팀장을 맡았다.
김 당선인은 "당시 현직 서울시의원이었는데 제가 직접 이재명 후보에게 전화해 돕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며 "민주당은 소위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운동권이 주류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비주류에 속해있으면서 오히려 몸이 가벼웠다. 운동권 문화보다 민생을 위한 정치, 유능한 지도자와 함께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의 인연으로 현재 당대표 특별보좌역까지 맡게 됐다"고 웃었다.
김 당선인은 "검찰독재, 부정부패, 굴욕외교, 극한무능, 극우이념, 평화파괴 등 현 정권을 심판하고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순천대 의대와 병원 유치, 인구 100만 남해안, 남중권 통합생활권 조성 등 지역 간 상생과 협력으로 '순천·여수·광양 특례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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