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조비오 신부의 꿈…소화수녀원 완공 기념 27일 축하미사

소화자매원서 한평생 장애인 돌봤으나 갈 곳 없던 老 수녀들 거처 생겨
자금난 속 5576명 십시일반 후원 이어지며 2년6개월만에 완성

광주 광산구 삼거동의 소화수녀원 조감도. 한평생 지체장애인들 돌보고 정년을 맞은 수녀들이 기거할 수 있도록 신축됐다.(예수의소화수녀회 제공)/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한평생 장애인을 돌보는 봉사의 삶을 살았으나 거처가 없던 노(老) 수녀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생겼다.

25일 사회복지법인 소화자매원에 따르면 오는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예수의소화수녀회 성당에서 옥현진 시몬 대주교가 집전하는 소화수녀원 완공 축하 미사가 열린다.

지하 1층·지상 4층의 소화수녀원은 소화자매원에서 복지활동에 종사하다 은퇴한 노 수녀들이 기거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2021년 6월 기공해 지난해 12월 사용 승인을 받았다.

1956년 무등산 자락 아래 움막촌인 '무등원'을 모태로 한 소화자매원은 1967년 남구 봉선동에 자리 잡고 60여년간 나병·결핵환자, 지체장애인들을 돌봤다.

60여년간 환자들의 숙식을 돌봐온 것은 한평생 헌신을 약속한 수녀들이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현재 장애인복지법 등 현행법은 정년으로 은퇴한 수녀들이 시설 내에 거주하는 것을 금지했다.

결국 예순을 넘긴 수녀들은 나이 들고 지친 몸으로 소화자매원을 뒤로하고 떠나야 했고, 일부 예외로 거주가 허용된 70~80대 수녀 10여명만이 60년 된 건물에서 노후를 보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행된 계엄군의 만행을 증언했던 '오월의 사제'이자 1977년부터 소화자매원과 함께한 고(故) 조비오 신부는 이를 딱하게 여겨 수녀원을 꿈꾸다 이루지 못하고 2016년 선종했다.

그 꿈은 조카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가 이어갔다.

소화자매원에서 인사말하는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 2021.11.23/뉴스1 ⓒ News1

삼촌의 뒤를 이어 소화자매원 대표이사를 맡은 조영대 신부는 조비오 신부 선종 5년 만인 2021년 6월 소화수녀원 기공식을 갖고 공사를 시작했다.

당초 2022년 2월 완공을 예상했으나, 원자재 가격 등 상승으로 공사비가 늘면서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도 헌금이 모이는 등 5576명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2023년 12월 건축 사용 승인을 받았다.

지난 1월부터 수녀원에 입주한 노 수녀들의 새 보금자리를 축복하기 위해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이 축하 미사를 집전한다.

조영대 신부는 "막막하기만 했던 건축을 많은 분들의 성원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면서 "은인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이 세상 약자들을 더욱 성심껏 돌보겠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