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권향엽 "초반엔 여성이라고 명함도 안받더라"

[당선인을 만나다]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70.09% 득표
'사천논란 정면돌파' 우여곡절 46년 만에 전남 첫 여성 의원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당선인이 18일 순천시 해룡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4.4.2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광양=뉴스1) 김동수 기자 = "선거 초반에는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명함도 받지 않더라. 그만큼 전남에서 여성 정치인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22대 총선 전남 최대 격전지로 불린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에서 첫 금배지를 거머쥔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당선인(56·여). 그의 발언에는 선거 과정에서 힘들었던 모든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지난 18일 오후 전남 순천시 해룡면(신대지구)에서 만난 권 당선인은 여수에서 광주로 향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답했다.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파란색 블라우스,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그는 권위적이고 딱딱한 정치인의 이미지보단 편안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했다.

권 당선인은 1948년 첫 국회의원 선거 이후 김윤덕 3선 의원(1971~1981년)을 제외하고 전남에서 46년 만에 당선된 첫 여성의원이다.

36년 간 민주당에 몸담으면서 민주당 여성국장,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김대중 정부 행정관, 문재인 정부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낸 전통적인 민주당원이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에 대해 1980년대 후반 전국적으로 민주화의 열망이 들끓었던 당시 '김대중의 옥중서신' 도서를 접하면서 꿈을 키웠다.

권 당선인은 "당시는 '말조심해라',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간다'는 등 인권이 유린당하는 사회였다"면서 "정당을 갖고 정치에 참여해 인간답게 존중받으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권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 대해 "파란만장했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 초반 여성 후보라는 이유로 명함도 받지 않더라"며 "저를 보고 후보의 배우자나 선거운동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의 입지가 매우 낮은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경선을 겪고 본선에 진출하자 유권자들이 조금씩 알아봐 주셨다"며 "오히려 여성분들이 '힘내라' 응원해주고 어머님들은 안아주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고 웃음지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당선인이 18일 순천시 해룡면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4.4.23/뉴스1 ⓒ News1

권 당선인의 선거 과정은 다이내믹했다. 해당 선거구는 당초 민주당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권 당선인이 단수 공천됐다.

그러나 이재명 대선후보 시절, 부인인 김혜경 씨를 보좌한 것을 두고 '사천 논란'에 휩싸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앙당에 공천반납과 재경선을 요청하는 초강수를 두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후 경선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둔 권 당선인은 본선에서 상승세를 탔고 전국적으로 '정권심판론'이 작용하면서 막강한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70.09% 득표율로 금배지를 달게 됐다.

권 당선인은 "현직 국회의원과 경선하는 과정은 힘들고 두렵기도 했다"며 "민주당의 쇄신공천과 승리를 위해 과감히 공천권을 내려놨다. 내려놓고 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국회에 입성하면 1호 법안으로 철강도시인 광양을 중심으로 '제철특별법', '제철 특구'를 지정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당선인은 "현재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지정되면 4조 6000억 원 규모의 R&D 지원, 테스트베드 조성 등 혁신적인 생태계 조성과 생산기반을 구축,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며 "제철업도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당선인은 주요 5대 공약으로 △순천-광양-곡성-구례-상생클러스터 구축 △광양제철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특구) 조성 △전남 동부권 통합물류센터 건립 △전남권 의대 유치, 대학병원 설립 추진 △섬진강유역환경청 설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민주, 민생, 평화, 인권을 지키고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서민경제를 살려내겠다"며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 삶과 이상이 풍요로운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피력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