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바둑판 만들걸"…금값 폭등에 울고 웃는 지자체들

'이세돌 고향' 신안군, 무산된 바둑판 제작사업 뒤늦은 후회
함평 황금박쥐상, 2005년 27억원→올해 150억원 몸값 올라

전남 신안 비금도 출신 이세돌 9단./뉴스1 ⓒ News1

(신안=뉴스1) 서충섭 기자 = '바둑천재'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은 최근 치솟는 금값을 바라보며 '못다 이룬 황금바둑판'의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신안군은 2019년 비금도 출신 이세돌 9단을 배출한 바둑의 메카임을 강조하고자 가로 42㎝, 세로 45㎝ 크기 황금바둑판 제작을 기획했다.

'신안군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도 예고하며 108억원으로 황금 189㎏을 매입할 구상을 세웠다. 황금바둑판이 제작되면 이세돌 9단의 고향인 비금면의 이세돌 바둑기념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재정자립도 8.55%로 전국 최하위 수준인 신안군이 세금으로 황금바둑판을 만든다는 것에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결국 구상을 접어야 했다.

당시 한 돈에 21만원이던 금값을 현 시세인 46만원으로 환산한다면 황금바둑판 189㎏의 가치는 232억원에 달한다.

황금바둑판을 만들었다면 얻었을 차익만도 124억원에 달하면서 아쉬움만 커진다.

여기에 신안에서 열리는 각종 바둑대회 마스코트 역할은 물론 관광객 증가 효과도 고려하면 신안군의 한숨이 커지는 대목이다

특히 인근 함평군이 황금박쥐상으로 인기는 물론 금값 특수를 노리고 있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함평군은 2005년 27억원으로 순금 162㎏을 들여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금값 인상으로 매년 상승한 황금박쥐상의 올해 가치는 150억원에 달한다. 거기다 함평나비축제 기간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황금바둑판 사업은 신안이 바둑의 고향임을 알리며 지역 가치를 부각하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면서 "금값이 매년 오르면서 당시 중단된 뜻이 아쉽기만 하다"고 전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