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너무 보고싶어…꼭 한 번만이라도 꿈에 나와줘"(종합)
"대답 없는 딸 목 놓아 불러…너희와 함께 바다에 갇혔다"
유족들,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열린 '기억식' 참석
- 이수민 기자
(목포=뉴스1) 이수민 기자 = "대답 없는 아들아 딸아…. 엄마 아빠는 너희와 같이 10년이라는 세월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단다."
4·16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10시 30분 선상 추모식의 시작과 동시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세월호 침몰 해역에는 유가족들의 흐느낌과 울부짖는 소리만이 가득 찼다.
국화 꽃잎이 파도에 흩뿌려질 때마다 어머니들은 당장이라도 바다에 뛰어들 것만 같았다.
바다 가까이 상체를 내놓고 조금이라도 내 새끼에 가까워지려는 듯 몸부림치는 모습은 10년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2학년 3반 김빛나라 아빠 김병권 씨는 "매년 4월이 되면 돌아오지도 볼 수도 없는 너희들이 그리워 가슴이 너무 미어진다"며 "불러도 대답 없는 너희들을 목 놓아 부른다. 너희의 이름을 부르면 그리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던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화 한 통으로 부모는 생활 자체가 엉망이 됐다"며 "해마다 봄이 되면 꽃들이 피어나는데 너희들은 세상에 꽃도 피우기 전에 부모 가슴에 한 송이 꽃으로 남았다"고 회상했다.
또 "지나간 세월에 거슬러 그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너희를 그 배에 태우지 않았을 것을 후회한다"며 "엄마 아빠도 너희와 같이 세월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언제쯤 세월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무능한 정부가 진상규명과 반성도 없이 우리를 가둬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렀다. 몇몇 부모들은 자녀의 순서가 되면 얼굴을 손으로 감싼 채 펑펑 눈물을 흘렸다.
잠시 뒤 참사 해역을 표시한 부표를 향해 부모들은 국화꽃을 전했다.
이 가운데 2학년 8반 이호진 엄마인 김미옥 씨만이 오른손에 든 국화를 차마 내던지지 못했다. 김 씨는 한참을 손에 꽃을 꼭 쥔 채 "꼭 한 번만 꿈에 나와달라"며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읊어갔다.
그는 "매년 와서 올해도 똑같을 줄 알았는데 마음이 유독 아프고 힘들다"면서 "매주 일요일마다 추모 공간에 가고 매일같이 호진이를 생각하는데 집에서는 티를 못 내고 이제까진 덤덤했었다. 그런데 바다를 막상 보니 마음이 갑자기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들이 너무 많이 보고 싶고 한번 꿈에서라도 봤으면 한다. 사진을 보면 아들 얼굴이 생각나지만 10년이 지나니 그냥은 점점 희미해진다"며 "내가 잘사는 건 아니지만,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만 잘사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맛있는 걸 먹어도 좋은 데를 가도 호진이 생각뿐"이라고 그리워했다.
육지로 돌아온 유족들은 오후 3시 30분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열린 '기억식'에 참석했다.
기억식은 △추모묵념 △기억사 △기억의 음악 △추모사 △연대사 △시 낭송 △기억 퍼포먼스 △선언문 낭독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2학년 9반 정다혜 양 엄마인 김인숙 씨는 "저처럼 가족을 잃은 아픔을 평생 짊어질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며 "모두 그날의 봄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하지도 않고 무책임한 우리나라를 변화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김원이 국회의원은 "세월호가 잔인한 이유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또 한번의) 세월호 희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며 "이태원에서, 이천 물류창고에서, 오송 지하차도에서 우리는 소중한 가족과 죄 없는 이웃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던 다짐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한 없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사 피해자 지원과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과제를 완수하도록 '국민의 안전보건과 참사 피해자 관련 보상'을 위한 입법 과제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인 이해린 씨 아빠 이종민 씨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법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은 유가족과 시민 요구를 묵살하고 특별법을 거부했다"며 "이것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의 참사를 대하는 자세다"고 비판했다.
또 "앞으로 10년은 변할 수 있을 것인지. 10년 뒤에도 아무런 변화 없다는 하소연을 하게 되지는 않을지 희망도 기대도 없는 무력함을 호소하지 않을지 걱정이다"며 "안전사회 구축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계속해서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은 △생명안전 기본법 제정 △국가차원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이해권고안 이행 등을 촉구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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