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거치된 목포신항에 추모객 발길
행사로 일반인 출입 통제되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
- 이승현 기자
(목포=뉴스1) 이승현 기자 = "가까이서 추모할 수 없다니 허탈하고 아쉽네요…눈에 담고 기억하는 수밖에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시 달동 신항만.
이른 시간부터 별이 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노란 리본 물결이 이는 출입구 옆에 자리잡은 미수습자 5명의 영정 사진 앞에는 추모객이 가지고 온 하얀 국화꽃이 놓였고, 바래진 리본을 샛노란 색으로 다시 걸며 그들을 애도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선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지 못 한 채 먼발치에서만 녹에 잠식 된 선체를 바라보며 추모했다.
오후에 진행되는 추모 문화제 준비 등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면서다.
소식을 몰랐던 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하며 선체 사진을 남기거나 리본에 메시지를 적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광주에서 온 배문석 씨(37)는 "회사 휴무 기간인 만큼 아침부터 시간을 내 찾았는데 가까이에서 추모할 수 없어 너무 아쉽다"면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녹이 슨 선체를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겨 주위 사람들에게 공유해 함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신항만 주변에서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먼저 간 이들을 추모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자리잡은 2017년부터 매해 이곳을 찾고 있다는 주하주 씨(71)는 직접 챙겨온 마이크와 스피커를 꺼내들었다.
세월호를 등진 채 노란 리본이 둘러쌓인 울타리 앞에 선 그는 기타를 치며 '외로울텐데 정말 미안하다'라는 구슬픈 가락을 노래했다.
그는 "별이 된 이들을 항상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발길을 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전환점이 될 만하다.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시작돼야 한다"며 "선체 또한 국민들의 안전 교육에 대한 표본으로 삼을 수 있도록 원형 그대로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가를 내고 타지에서 신항에 왔지만 내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처음 본 이들과 함께 진도로 향하기로 한 추모객도 있었다.
대전에서 온 주명식 씨(58)는 전주에서 왔다는 한 일행이 '차량에 자리가 1자리 남았다'며 함께 팽목항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평소 차를 타고 2~3개월에 한 번씩 찾는 곳이지만 사정상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는 그가 입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자 발길을 돌리려던 이들이 손을 내민 것이다.
주 씨는 "꽃 피워 보지 못 한 채 떠난 이들이 너무 안쓰럽고 올 때마다 노란 리본의 색이 바랜 채 숫자가 줄어들어 '나라도 잊지 말아야 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유가족과 함께 추모할 수 없어 허탈하고 아쉽지만 손 내밀어 준 이들과 함께 추모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수업의 일환으로 추모를 하기 위해 온 전남 영광 성지송학중학교 학생 4명과 선생님은 주변에 있는 세월호 입간판을 보며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민우찬 군(15)은 "지난주 학교에서 추모행사를 통해 비슷한 또래의 형, 누나들의 목숨이 희생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사고 흔적이 남은 세월호 선체 멀리서만 봐도 두려움에 휩싸인다.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늠이 안된다. 형, 누나들이 편히 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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