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거치된 목포신항에 추모객 발길

행사로 일반인 출입 통제되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애도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전남 목포시 달동 신항만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미수습자 5명의 모습. 2024.4.1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목포=뉴스1) 이승현 기자 = "가까이서 추모할 수 없다니 허탈하고 아쉽네요…눈에 담고 기억하는 수밖에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시 달동 신항만.

이른 시간부터 별이 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노란 리본 물결이 이는 출입구 옆에 자리잡은 미수습자 5명의 영정 사진 앞에는 추모객이 가지고 온 하얀 국화꽃이 놓였고, 바래진 리본을 샛노란 색으로 다시 걸며 그들을 애도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선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지 못 한 채 먼발치에서만 녹에 잠식 된 선체를 바라보며 추모했다.

오후에 진행되는 추모 문화제 준비 등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면서다.

소식을 몰랐던 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하며 선체 사진을 남기거나 리본에 메시지를 적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광주에서 온 배문석 씨(37)는 "회사 휴무 기간인 만큼 아침부터 시간을 내 찾았는데 가까이에서 추모할 수 없어 너무 아쉽다"면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녹이 슨 선체를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겨 주위 사람들에게 공유해 함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신항만 주변에서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먼저 간 이들을 추모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자리잡은 2017년부터 매해 이곳을 찾고 있다는 주하주 씨(71)는 직접 챙겨온 마이크와 스피커를 꺼내들었다.

세월호를 등진 채 노란 리본이 둘러쌓인 울타리 앞에 선 그는 기타를 치며 '외로울텐데 정말 미안하다'라는 구슬픈 가락을 노래했다.

그는 "별이 된 이들을 항상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발길을 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은 전환점이 될 만하다. 다시 한 번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시작돼야 한다"며 "선체 또한 국민들의 안전 교육에 대한 표본으로 삼을 수 있도록 원형 그대로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16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거치돼 있는 전남 목포시 달동 신항만에서 한 추모객이 노래를 부르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4.4.1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휴가를 내고 타지에서 신항에 왔지만 내부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처음 본 이들과 함께 진도로 향하기로 한 추모객도 있었다.

대전에서 온 주명식 씨(58)는 전주에서 왔다는 한 일행이 '차량에 자리가 1자리 남았다'며 함께 팽목항으로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평소 차를 타고 2~3개월에 한 번씩 찾는 곳이지만 사정상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는 그가 입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자 발길을 돌리려던 이들이 손을 내민 것이다.

주 씨는 "꽃 피워 보지 못 한 채 떠난 이들이 너무 안쓰럽고 올 때마다 노란 리본의 색이 바랜 채 숫자가 줄어들어 '나라도 잊지 말아야 겠다'는 마음으로 왔다"며 "유가족과 함께 추모할 수 없어 허탈하고 아쉽지만 손 내밀어 준 이들과 함께 추모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수업의 일환으로 추모를 하기 위해 온 전남 영광 성지송학중학교 학생 4명과 선생님은 주변에 있는 세월호 입간판을 보며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민우찬 군(15)은 "지난주 학교에서 추모행사를 통해 비슷한 또래의 형, 누나들의 목숨이 희생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사고 흔적이 남은 세월호 선체 멀리서만 봐도 두려움에 휩싸인다. 얼마나 무서웠을지 가늠이 안된다. 형, 누나들이 편히 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