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젖은 출근길' 광주시교육청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대형 판넬에 희생자 304명 이름 직접 새겨…단원고 기증 고려
김슬기 학생 이름 붙인 이정선 교육감 "잊지 않고 있습니다"

광주시교육청이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 304명의 이름을 담은 기념판을 설치했다.(시교육청 제공)2024.4.16./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시교육청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하나 하나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추모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은 16일 오전 광주시교육청 본청 1층.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 나선 공무원들이 노란색 대형 판넬 앞에 서서 저마다 손에 든 종이를 붙였다.

종이에 적힌 것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에 탑승했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 단원고 교사, 일반인, 중국인 노동자, 러시아 학생 등 304명의 이름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붙이면서 다시 기억하겠다 약속하고, 안전 사회를 만들자는 다짐을 담아 마련된 추모행사다.

'박영인·남현철·양승진·권재근·권혁규'. 교육청 직원들은 끝내 발견되지 못한 5명의 미수습자를 포함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붙이며 다시 한번 입으로 되뇌었다.

살아 있었다면 28살 청년이었을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을 담아 "잊지 않겠습니다", "많이 미안해"라고 적은 글들도 빼곡했다.

한 직원은 "너희들이 이 세상에 있었다면 결혼도 하고 즐겁게 살았겠지? 거기서 꼭 그렇게 지내"라고 적었다.

이름을 붙이다 눈시울을 붉히거나 흐느끼며 다시금 참사의 아픔에 공감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도 단원고 2학년 10반의 김슬기 학생 이름을 직접 붙였다. 곁에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안전한 사회,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을 적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16일 오전 청사 1층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행사에 참여해 '안전한 광주·행복한 사회 만들기 실천 다짐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광주시교육청 제공)2024.4.16./뉴스1

노란색 판넬에는 광주시교육청 전체 직원들의 다짐을 담은 공동 선언문도 새겨졌다.

공동 선언문 내용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감하고 기억하며 안전한 환경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가슴 따뜻한 세계민주시민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겠다는 다짐이다.

이어진 추모식에서 이 교육감은 "세월호 참사의 아픈 역사를 결코 잊지 않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겠다"면서 "생명 존중 교육과 안전사고 예방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임직원들의 마음이 담긴 노란색 대형 판넬을 향후 희생자 학생들의 기억교실이 보존된 안산 단원고에 기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오는 19일까지 세월호 계기 교육 주간을 운영한다. 본청 외벽에 세월호 추모 대형 현수막을 게시하고 각급 학교에서도 자체 추모식과 계기 수업을 통해 희생자 추모와 안전사고 예방을 교육한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앞서 지난 12일 목포신항만에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식을 갖고 세월호 계기 교육 주간 운영을 선언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청사 외벽에 게첨한 대형 현수막.(광주시교육청 제공)2024.4.16./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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