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세월호냐고요?"…상주 자처한 시민들 대답은

[세월호 10년] 분향소 지키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왜곡 시선에도 "안전 사회 이뤄야 탈상" 묵묵히 제 역할

편집자주 ...국민들에게 '세월호'는 '노란 리본'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이자 상징이다. '아직도'가 아닌 '여전히' 노란 리본의 봄을 잊지 않고 있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을 들여다봤다.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기자 = "아직도 세월호냐고요? 예. 그렇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인 '세월호'가 침몰했다. 당시 단체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을 포함해 탑승자 476명 중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한날 한시에 304명이 목숨을 잃는 장면이 전국에 중계됐다. 대한민국은 분노했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쳤다.

10년이 지난 올해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는 어김 없이 '시민 분향소'가 세워졌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리고 '진상규명을 통해 안전 사회를 세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올해 <뉴스1>이 지켜본 광주 시민분향소는 세월호를 향한 한국 사회의 여러 인식이 드러나는 장소였다. '공감의 추모 물결'과 '공감대 없는 시선'이 교차했다.

한 시민은 "진도에서 일어난 일을 상징하는 노란 리본이 왜 여기에 와 있냐"며 소리를 질렀다. '당장 치워라. 시청에 전화하겠다. 준비한 사람들은 누구냐'는 막말도 쏟아졌다.

또 다른 시민은 분향소를 훼손하려고 했다. 광주의 것도 아닌 남의 아픔을 왜 이곳에 가져다 두느냐는 이유였다. 단순 헤프닝이면 좋겠지만 상주들은 '지겹다', '또 세월호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과 의심에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세월호의 10년은 이렇게 세월의 흐름 속에 잊혀져 가고 있었다.

상주모임 활동가들에게 세월호가 아직도 진행형인 이유 중 하나다. 상주들은 "광주에서 일어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이니 아픈 기억을 함께 기억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며 나누자는 의미"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곳을 지키는 상주들은 희생자 유족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이라는 명칭은 있지만 대표도 없고 정확한 회원수도 모른다. 참사 직후 '시민이 상주다. 시민들이 무기력하게 있어서는 안된다'는 모토로 22명의 마을 촛불지기들이 모여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상주들은 예술가부터 교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 20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기억하고 행동하는 광주시민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2024.4.12/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단체대화방에서 누군가 '이런 행사를 엽시다'하고 목소리를 내면 자발적으로 모금에 동참하고 행사 현장에 나가는 식이다.

분향소에 국화꽃이 없다고 하면 누군가 가지고 오겠다고 의사를 밝히고 '시민 분향소에 도우미가 없다'고 글을 올리면 한 명 한 명 가능한 사람들이 손을 든다.

올해에도 시민들이 4160원, 4만 1600원 씩 기부한 돈을 모아 기억문화제부터 예술장 준비, 분향소 등을 마련했다. 10년차를 맞이한 올해 행사에만 600여 명이 힘을 보탰다.

목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사회 건설이라는 약속을 지켜 '탈상'(상주를 벗어남)하는 것이다.

정민기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는 "역지사지의 문제다. 내 아이의 죽음은 잊혀질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의 입장에서도 참사 방지에 대한 약속들이 지켜지고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정리돼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안전 문제는 당신의 문제"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304명이 스러진 세월호를 더욱 기억하고 추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