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에 구금된 피해자 손해배상 항소심도 승소
"박정희 대통령 시·노래가 교과서에" 편지 보내 410일 구금
법원 "긴급조치 9호 채권 2022년 8월까지 소멸시효 진행 안돼"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유신헌법 체제에서 새마을운동가의 교과서 등재를 비판하는 편지를 썼다는 이유로 410일간 구금됐된 피해자와 가족들이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광주고법 제3민사부(재판장 이창한)는 긴급조치 제9호 사건으로 410일간 구금됐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원고들에게 3618만 원에서 1억 9073만 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 씨는 대통령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1976년 6월 전교사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가 행정병으로 근무했던 1976년 4월쯤 지인에게 보낸 편지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에 기초한 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1975년 5월 발동된 긴급조치 제9호는 집회·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등 공중전파수단이나 문서, 도화, 음반 등 표현물에 의해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비방하거나 개정을 선전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당시 군법회의는 "A 씨가 '작은 자유니, 보다 큰 자유니 하는 소리들이 난 못마땅하다'고 지인에게 보낸 편지 문구가 국민 인권이 유린돼 있는 것처럼 유언비어를 날조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육군고등군법회의는 원심을 파기하고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410일간 구금됐다.
A 씨는 지난 2013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5월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는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일로부터 3년이 경과해 시효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이 시효소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3년 긴급조치 9호에 대한 위헌 판단을 했고 2022년 8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긴급조치 9호의 발령 등 국가작용으로 개별 국민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이에 따라 원고들의 손해배상채권은 2022년 8월까지 단기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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