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앞다퉈 시행한 '신생아 탄생 나무'…중도포기 속출
합계출산율 전국 1위 영광군도 접어…낮은 출산율·관심저조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신생아 출산을 축하하고 나무도 심는 취지는 좋았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출산 장려와 환경보호를 위해 지자체들이 앞다퉈 추진하던 '신생아 탄생 기념나무' 사업이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낮은 출산율과 관심 저조가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전남 영광군은 출산장려 문화 확산을 위해 우산근린공원에 '신생아 탄생 기념숲'을 조성했다. 왕벚나무와 소나무 등 앞에 심어진 명패에는 '나무처럼 푸르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등 자녀의 건강과 앞날을 기원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글로 새겨져 있다.
2019년엔 신생아 193명, 2020년엔 254명, 2021년엔 192명, 2022년엔 405명, 2023년엔 96명의 신생아 이름으로 총 1140그루를 식재했다.
이곳을 산책하던 독일인 막스(74)는 "한국의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의 미래와 아이를 위한 아름다운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평가와 달리 해당 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다.
영광군 관계자는 "출생신고를 한 가족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여를 요청하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는데 작년엔 참여가 저조했다"며 "이 사업과 출산율 상승의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관리 편의성 등을 갖춘 부지가 이곳 외엔 없어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광은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1.6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지만 출산율이 2020년 2.46명에서, 2021년 1.87명, 2022년 1.81명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영광군보다 앞서 신생아 탄생 기념나무 사업에 착수했던 전남 보성군도 사업을 중단한 지 오래다.
보성군은 '인구 5만 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신생아 탄생 축하 기념수' 식재사업을 펼쳤다. 신생아가 태어난 집에 공무원들이 직접 찾아가 느티나무와 목련 등을 부모와 함께 심었다.
2015년 15건, 2016년 32건, 2017년 46건으로 연속성을 유지하던 사업은 2018년 들어 신청이 3건에 그치며 종료됐다. 각종 출산 지원사업에도 출산율은 감소했고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보성군은 지난해 전국 합계 출산율은 0.72명, 올해 2월 기준 인구는 3만 7562명으로 인구 5만 달성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도 출산 장려와 신생아들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2021~2022년 유천생태습지 일원 4000㎡에 '아가숲'을 조성했다.
익산시가 아이디어와 부지를 제공했고 시민들은 숲 조성을 위해 기부금을 모았다. 현재 탄생기념수 610그루는 대부분 분양된 상태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익산시는 아가숲 추가 조성을 위한 위치 선정도 진행했으나 호응도와 공간 부족에 발목이 잡혔다.
익산시 관계자는 "출산율이나 시민 호응도가 좋아 지원자가 많은 경우라면 어떻게든 공원을 만들겠지만 그렇지 않아 확대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인구절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양육비 지원 사업을 벌였던 경북 영양군의 '아기탄생기념나무' 사업도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을 통해 엄마·아빠의 소망이 담긴 나무 270그루가 식재됐지만 현재는 타지로의 전출, 나무 고사 등의 문제로 130그루밖에 남지 않았다.
영양군 관계자는 "사업 중단의 가장 큰 원인은 출생아수의 감소"라며 "영양군에서는 2018년을 기점으로 신생아 출산이 급감했고 지난해 29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이 나무들을 지자체가 1년에 한번씩 정비하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출산율 증가를 위한 여러 시책을 진행 중인데 위장 전입과 관심 저조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는 23만 명,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사상최저치를 경신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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