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핫플' 순천 아랫장… 시들한 총선 열기 되살아날까
- 김동수 기자
(순천=뉴스1) 김동수 기자 = "올해 총선은 뜨겁지가 않아. 영 밍밍해."
2일 오후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전통시장) 사거리에서 만난 상인 박 모 씨(63)의 22대 총선 평이다.
아랫장 사거리는 순천 선거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 유세 거점이다. 과거 후보들이 치열하게 격돌했던 혈투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견과류를 판매해 온 박 씨는 '요즘 총선 분위기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딱 보면 모르겠느냐. 시민이고 상인이고 전혀 반응이 없지 않느냐"며 "현 정부에 대한 반감(정권심판론)이 너무 크니까 이미 경기는 끝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곳에선 선거 때마다 소리치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순천이 이렇게 조용한 적이 있었나 싶다. 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상인 김 모 씨(67)는 "서갑원, 이정현, 노관규 정도는 아는데 현재 후보들이 누군지 사실 잘 모르겠다"며 "광양에 출마하는 이정현도 정권 심판이 강하니까 옷도 흰색, 회색 계열로 입고 유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순천은 '네거티브'하지 않는 후보,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는 후보에게 시원하게 밀어주는 지역"이라며 "(그러나) 이번엔 선택지(지지하는 후보)가 너무 좁다"고 평가했다.
순천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보수 계열과 진보 계열 정당 국회의원을 모두 배출한 지역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당선'이란 틀을 깬 곳이란 얘기다.
21대 소병철 의원을 제외하곤 지난 10년 동안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사례는 없다.
2011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민주노동당)와 19대 총선(2012년·통합진보당)에선 당시 김선동 후보가, 2014년 재·보궐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에선 이정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당선돼 파란을 일으켰다.
21대 총선 때도 당시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소병철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관규 후보(현 순천시장)가 치열한 승부를 벌여 전남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던 곳이 바로 순천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과거 선거 때만큼 뜨거운 열기가 감지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아랫장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양 모 씨(59·여)는 "지난 총선에서 후보자가 10여명이 난립할 만큼 순천 총선 판이 시끄러웠다"며 "역대 선거와 비교해 (이번엔) 상대적으로 조용한 선거전으로 치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순천갑에선 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있었다. 후보 경선 과정에서 현역의원과 각종 여론조사 선두권 후보의 이탈, 공천 번복 등 잡음과 파열음이 잇따랐던 것이다. 게다가 경쟁력과 인지도 갖춘 후보들이 불출마를 선언해서 '다소 맥 빠진 총선 판이 됐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본투표까지 남은 1주일 동안 지역 총선 판세가 다시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밑반찬을 사기 위해 시장을 찾은 김 모 씨(61·여)는 "'그래도 민주당' 정서가 있지만 지역에서 오래도록 민심을 다져온 이성수 후보(진보당)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며 "과거 '이정현 효능감'으로 국민의힘 후보(김형석) 공약도 한 번쯤 보게 되고, 검사장 출신 무소속 후보(신성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양 모 씨(65)는 "난 정당에 상관없이 지역 발전을 위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며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모든 후보가 선거 유세에 총력을 기울여 만족하는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4·10 총선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선거구에선 김문수 민주당 후보(55)와 김형석 국민의힘 후보(58), 이성수 진보당 후보(54), 신성식 무소속 후보(58) 등 4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총선 투표일을 1주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 김 후보가 조직력과 지지 기반으로 앞서고 있고, 이 후보와 신 후보, 김 후보가 뒤쫓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kd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