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역할 33세 연극배우가 광주서 총선 출마한 이유는
[이색후보] 광주 동남을 개혁신당 장도국 후보
트럭도 없어 '품앗이 유세'…"발로 뛰어 양당정치 균열 낸다"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 동구는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라서 예향이라고 불리는 광주의 1번지잖아요. 그러면 예술가 정치인도 나와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지역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제22대 총선에서 광주 동남을에 출마한 개혁신당 장도국 후보(33).
캠프 사무실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서 후보가 직접 집집마다 공보물을 일일히 꽂아넣으려 광주 곳곳을 돌아다닐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카페에서 어렵게 만난 그는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쏟아냈다. 33살의 장 후보는 광주 8개 선거구에 출마한 총선 후보자 중 최연소다.
광주 광덕고를 졸업한 장 후보는 연기가 좋아 대학 진학을 포기, 20살부터 놀이패 '신명'에서 마당극으로 배우의 삶을 시작했다.
첫 배역은 5·18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극 '언젠가 봄날에'에서 부상당한 시민을 살리는 의사 역할. 전태일 열사 51주기 연극 '전태일-네 이름이 무엇이냐'에서는 전태일을 열연했다.
서울도 아닌 지역 배우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1년 내내 연극으로는 수입이 없을 때도 있어서 아르바이트로 충당했다.
수많은 극단과 소극장, 예술의 거리와 아시아문화전당이 자리한 광주 동구는 일터이자 놀이터, 삶의 터전이다. '미싱 시다' 어린 소녀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라던 전태일처럼 장 후보도 그 터전을 올바르게 운영하라며 수년째 활동했다.
△2020년 광주 문화예술회관 시립극단에서 벌어진 노동인권침해와 불공정 계약,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 △조선대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 대법원 판결 △연극계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기소도 이뤄냈다.
그러나 부족했다. 장 후보는 "재판에서 이겨도 해당 사건만 마침표가 찍히고, 피해 당사자는 여전히 괴로웠으며, 전체 문화예술계의 여건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 예술의거리를 비롯한 전국 18만 명의 문화예술인들을 대변하는 문화예술 행정과 정치가 필요하다"면서 "그 움직임은 '예향 1번지'인 광주 동구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시작한 선거는 30대 청년에 힘겨운 일이다. 말바우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아버지,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어머니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루 100만~200만원씩 들어가는 선거 유세차도 구하지 못해 서구을에 출마한 같은 당 후보의 배려로 그의 차를 빌려 '품앗이 유세'를 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식구들도 본인들도 어려운 형편 속에서 만원, 2만원씩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도와주고 있다.
선거운동원은 채 열 명도 안 되지만 '일당백' 각오로 분초를 다퉈 '뚜벅이'로 시민들을 만난다.
지역민들을 위한 공약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를 위한 '국제아트스쿨' 설립이다. 세종과 부산에 있는 문화예술 관련 국립도서관의 광주 유치도 약속했다. 원효사와 충장사, 광주호수생태공원을 아우르는 무등산 산행로 데크길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장 후보는 "2030세대에 광주는 낙후된 도시로, 6070세대에게는 옛 가치가 사라진 도시로 기억되고 있다"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 세대에게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겠다. 호남 정치의 까치밥 홍시, 호남 정치의 씨앗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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