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민주당 텃밭' 광주서 조국혁신당 앞서는 이유 물었더니

'정권심판론'이 대세…안일한 민주당에 회초리 여론도
'멸문지화' 조국 측은지심…"'정권 조기 종식' 속시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4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을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서충섭 최성국 이승현 박지현 기자 =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찍어야 쓰지 않겄소? 정권 심판이 젤 우선인디 민주당이 못 항께…."

22대 총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텃밭 광주에서 '조국혁신당 돌풍'이 거세다.

<뉴스1>이 23일 광주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투표 성향이 강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지역이라 '그래도 민주당'이라는 정서가 밑바탕에 있지만 시민들은 정권을 내주고도 안일한 민주당에 실망하고 있었다.

검찰로부터 멸문지화를 당한 조국 대표에 대한 '짠함'과 민주당이 못하는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내걸어 속 시원하다는 통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도시의 '여론 안테나'인 택시 기사들은 "이번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게 여론"이라며 '정권심판론'이 대세라고 전했다.

광주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 기사 김모 씨(49)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어렵다"며 "조국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정권 심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함께 있던 택시 기사 이모 씨(56)는 "50대 사이에서는 현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정권을 내주고도 민주당이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보복 정치를 하라고 떠미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국을 밀어주면 여당과 야당을 모두 심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패션의 거리 충장로에서 만난 여성 유권자는 '측은지심'을 얘기했다.

딸과 함께 충장로를 걷던 박지영 씨(49·여)는 "정치에 많은 관심은 없다"면서도 "지역구는 민주당을 찍지만 비례정당은 조국혁신당에 한 표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마디로 '짠하다'고 했다. 박 씨는 "조국 가족이 입시 비리 등 잘못한 것은 있지만 너무 가혹하게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며 "조국이 나서서 정권을 심판하겠다니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는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정권 심판에 힘을 싣기 위해 민주당을 밀어야 한다는 입장이 상존했다.

민주당 당원이라는 장윤정 씨(64·여)는 "그동안 너무 민주당만 뽑았더니 광주가 바뀐 게 없다"며 "조국혁신당에 표를 행사해 민주당에 경고하고 싶다. 이런 기회가 있어야 민주당도 깨우치고 뉘우칠 수 있다"고 했다.

장 씨는 "광주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본다"며 "주변에서도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충장로에서 6년째 양말 장사를 하고 있는 고광남 씨(59)는 "지난 세월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너무 우습게 봤다. 이는 심각한 일"이라면서 "방법은 딱 한 가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그게 바로 이번 총선에서 심판하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넘게 민주당 당원이라는 그는 "지역구와 비례정당 모두 확실하게 하나만 밀어줘야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민생 정책을 펼칠 수 있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현 정권의 무능을 깨뜨리고 삶의 질을 반드시 향상하는 데는 이 방법뿐이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4일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앞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지민비조'의 근저에는 '민생'과 '광주'를 외면한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컸다.

고 씨는 "물가는 오르고 서민 경제가 힘들다. 대통령이 며칠 전 875원 대파 발언을 하는 걸 보며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번 총선에서 특히 한이 맺혀있는 40~50대에서 70% 이상 역대 최고 투표율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광산구 송정역 인근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만난 허 모 할머니(83)는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를 가장 깊이 생각한다지만 내 눈에는 아니다"면서 "사과 한 개에 만 원인 이 상황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허 할머니는 "이재명 대표가 어려움을 딛고 대통령까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국이 이번에 당을 만들었던데 이것도 잘돼야 한다. 비례는 반드시 조국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능력 있고 야문 조국 같은 사람이 잘 돼서 확실하게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며 "가족들까지 고생해서 짠하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오 모 할머니(81)도 "아들과 딸 부부까지 우리 집에 9표가 있는데 전부 다 조국 찍을 거라고 한다"며 "평생 민주당을 찍어서 후보는 민주당을 찍겠지만 조국이 고생한 만큼 잘 돼서, 이재명 민주당과 더불어 정권 교체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조 모 할머니(80)는 민주당의 변화와 제2의 김대중 등장을 주문했다.

조 할머니는 "조국 신당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와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도 바뀐다. 이번 공천 과정 보면 민주당도 참 피곤한 당이 됐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이어 호남 대표 정치인도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김대중 얘기가 나오면서 화두는 인근 광산을에 출마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로 옮겨졌으나 할머니들은 냉랭했다.

조 할머니는 "이낙연이 그렇게 정치를 해서야 되겠는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한다면 민주당 나가 신당을 차리면 되겠느냐 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할머니도 "자신이 아무리 안 될 것 같아도 함께 힘을 합쳐야지. 이번에는 생각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했다"고 혀를 찼다.

젊은 층인 20대는 상대적으로 총선에 무관심했으나 일부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친구와 함께 쇼핑 나온 정모씨(26·여)는 "투표는 할 생각이지만 지역구와 비례정당, 구체적인 후보 등에 관해 관심이 없다"며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얼마 안 남았다고 하니 부모님께 물어봐서라도 찍기는 하겠다"고 했다.

전남대 대학원생 1학년 박모 씨(25)는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비례정당까지 더불어민주연합을 선택하진 않으려 한다"며 "개혁에 의지가 없어 보이는 민주당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전남대 2학년 김모 씨(21)는 "조국 자녀 입시부정 논란을 보며 박탈감을 느꼈기에 별로 호감이 가지는 않는다"면서도 "검찰개혁에 대한 반발로 표적 수사한 게 보였기 때문에 조국에 대한 지지층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주는 조국혁신당의 지지가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KBC광주방송과 UPI뉴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4~15일 광주 광산을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비례지지율은 42.6%로 25%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