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대 졸업한 30억대 자산가"…속아서 결혼한 아내는 용서했지만

[사건의 재구성] 3개월 만에 거짓말 들통나자 폭력 행사
재결합 노력했지만 흉기살해 시도…항소심 징역 4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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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경찰관입니다. 가정폭력 신고입니까? 가해자와 함께 있나요?"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안방에서 다급한 전화 통화가 오갔다. 피해자는 전화기 너머로 "빨리 와달라"고 소리쳤다.

피해자의 목을 조르던 A 씨(29)는 이 통화를 듣고 살인을 마음 먹었다.

피해자는 A 씨가 흉기를 챙기러 주방에 간 사이 이웃집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A 씨는 이웃집까지 쫓아가 피해자에 흉기를 휘둘렀다. A 씨는 현장에 들이닥친 경찰에게 제압됐다.

지난해 6월 17일 오전 10시 35분쯤 벌어진 일이었다.

A 씨가 살해하려 한 피해자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자신의 아내였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은 처음부터 꼬였다.

A 씨는 자신이 유명 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도 합격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야 해 고민 중이라며 B 씨에게 학력과 직업을 속였다.

특히 A 씨는 자신이 30억대 자산가라며 B 씨의 의학전문대학원 등록금을 지원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면 개원까지 해주겠다고 했다.

거짓말은 혼인한 지 3개월 만에 들통났다.

B 씨는 남편의 결혼 전 거짓말을 용서했지만 돌아온 건 폭력 뿐이었다.

A 씨는 지난해 3월과 4월쯤 아내에게 수차례 폭력을 휘둘렀다. 피해자가 폭행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자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고 흉기로 위협하며 2시간 넘게 화장실에 감금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A 씨는 가정법원으로부터 주거지 퇴거, 피해자의 주거 및 직장에서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의 명령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는 남편의 가정폭력도 용서해 다시 동거를 시작했지만 A 씨는 흉기를 들었던 것.

1심 재판부는 살인미수·상해·특수상해·특수감금·폭행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A 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고 3년간 보호관찰 받을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A 씨와 피해자의 혼인은 A 씨가 자신의 재산, 학력, 자격 등에 관한 사항을 속여 이뤄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는 이런 속임에도 불구하고 혼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가정폭력까지 용서하려 했던 피해자를 살해하려 해 범행의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범행으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 피해자에게 정신과 진료 받을 것 등을 약속해 용서를 받은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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