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집 앞서 날 줄은" 광주 도심 야산서 화재 주민들 '발동동'

학동 미양산 화재…밭에서 쓰레기 소각 중 불씨 번진 듯
연기 자욱, 재 쉼없이 흩날려…주민들 공포 휩싸여

20일 오후 1시 9분쯤 광주 동구 학동 증심사 입구역 인근 한 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 중인 가운데 주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2024.3.20/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산불이 집 앞에서 날 줄 꿈에도 몰랐어요…바람은 왜 이렇게 많이 부는지 걱정되네요."

20일 오후 산불이 난 광주 동구 학동 미양산 인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회색 연기가 자욱했고 쉼없이 재가 흩날렸다.

나무 사이로는 시뻘건 불기둥이 무서운 기세로 솟구치며 번졌고, 불길을 잡기 위해 산 위로는 물을 뿜어대는 헬기가 바삐 움직였다.

곳곳에서 소방 사이렌이 울리며 산림·소방대원들도 황급히 화마 현장으로 투입돼 급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매캐한 냄새도 코를 찌르면서 시민들은 손부채질 하는가하면 마스크를 쓰고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팍팍' 불에 탄 나무가 터지는 듯한 소리도 지속돼 공포에 휩싸이기도 했고, 인근에 사는 지인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산불 현장은 도심과 민가가 인접한 곳이지만, 강풍으로 인해 진화에 애를 먹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현장 바로 앞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송화씨(42·여)는 "최근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접했는데 집 앞에서 발생할 줄 꿈에도 몰랐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바람을 타고 불이 더 번지는 것 같다. 걱정돼 집에도 못 들어가겠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일하던 아들도 산불 이야기를 듣고 놀라 한걸음에 달려왔다. 폭죽 터지는 듯한 소리가 지속되면서 가슴이 진정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영란씨(50·여)는 "냄새가 너무 심하고 눈도 따깝다. 피해 없이 얼른 불이 꺼졌으면 좋겠다"며 "도심 속에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미양산에서는 이날 오후 1시 9분쯤 불이 났다. 산림·소방당국은 헬기 4대와 장비 30여대, 대원 130여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1시간 여만인 이날 오후 2시 14분쯤 주불을 잡았다. 관할 자치단체인 동구 직원 100여명도 현장에 투입돼 잔불 정리 등 진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 불로 산림 3500㎡가 소실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 6명이 대피했다. 입산 금지와 대피를 안내하는 긴급 재난 문자도 발송됐다.

당국은 인근 밭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던 중 불씨가 산으로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와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20일 오후 1시 11분쯤 광주 동구 학동의 미양산에서 불이 나 소방과 산림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24.3.2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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