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심장'의 무서운 민심…대선 패배 책임론이 현역 물갈이
광주 8개 선거구 중 현역 의원은 1명…민형배 의원만 생환
"'친명·비명' 구분은 프레임일 뿐…원팀으로 싸울 것 주문"
-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심장부 광주의 민심이 무섭다. 8명의 현역의원 중 1명만 살아남았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과 정권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 데 대한 분노가 현역을 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전날 광주 8개 선거구 중 마지막으로 경선을 치른 광주 서구갑에서 송갑석 의원이 조인철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에 패해 탈락했다.
광주 유일의 재선의원인 송 의원까지 탈락하면서 광주는 8개 선거구 중 광산을 민형배 의원을 제외한 7곳에서 현역이 패했다.
불법 전화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북구갑 정준호 예비후보의 공천 여부가 남아있긴 하지만 대부분 초선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광주 경선은 서울과 수도권 등 중앙에서 내세우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등 '친명' '비명' 프레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들이 모두 '친명'이거나 탈락한 후보들이 '비명'인 것도 아니다. 현역 의원 중 '비명계'는 송갑석 의원 1명뿐이다.
동남갑 윤영덕, 북구갑 조오섭, 북구을 이형석, 광산갑 이용빈, 광산을 민형배 의원 등은 친명이거나 범친명으로 분류된다. 동남을 이병훈 의원도 '이재명 당대표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걸었다.
광주의 현역 교체 바람은 지난 대선 패배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대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열심히 뛰지 않아 24만 7077표, 0.73%P 차로 졌고, 책임을 현역에게 물었다 '현역 책임론'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정권을 내주고도 현역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제대로 싸우지 않았다는 질타의 성격도 있다. 높은 현역 교체 여론에도 민형배 광산을 의원이 생환했다는 게 방증이다.
민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광주에서 맨 먼저 '이재명 지지'를 선언했고 '검찰 수사권 정상화 정국'에서는 탈당을 감행하며 당에 힘을 실었다. '위장 탈당', '꼼수 탈당'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친명계로부터는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민주당 광주 국회의원 후보가 대부분 초선으로 꾸려지면서 '호남정치'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 초선의원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국회 화장실 가는 길 아는 데만 1년 걸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재선 이상이어야 상임위원장을 맡거나 중앙 이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데 광주를 대변할 중량감있는 의원이 없다는 한숨도 나온다.
광주 군 공항 이전, 호남고속도로 확장, 광주역 개발, 운전 면허시험장 등 지역의 주요 국책사업을 해결할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명계냐 비명계냐로 구분하는 건 프레임일 뿐 맞지 않는다"며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정권을 내주고도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에 대한 견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현역 교체로 나타난 것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지역 정가 한 관계자도 "광주 민심은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제대로 싸워달라는 것인데 정권을 내주고도 안일한 민주당에 분노한 민심이 현역 국회의원 물갈이로 나타난 것"이라며 "계파 갈등이나 공천 잡음을 끝내고 원팀으로 싸워야 한다는 민심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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