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화장비 빼돌린 '간 큰 공무원'…허술한 관리·감독에 3년간 범행

여수시 20대 공무직 부의금 계산 노려 현금 횡령 영수증 조작
市, 고지서 납부·세수입 내역 등 파악 미비…"재발 방지 마련"

전남 여수시청 전경. 뉴스1 DB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전남 여수시가 '시립공원묘지 공금 횡령 사건'과 관련해 수년간 허술한 관리·감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여수시에 따르면 시립공원묘지 영락공원 관리업무를 담당한 공무직 A씨(20대)가 4년간(2020~2023년) 공금 13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최종 결론냈으나 최근 재조사에 착수했다.

최종 감사 결과에서 밝혀낸 1300만원보다 늘어난 3000~4000만원 추가 횡령액이 있다는 직원들의 제보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다.

이를 두고 시가 감사 과정에서 횡령액을 축소·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수년간 이어진 A씨의 범행에 대해 파악조차 못했던 여수시의 관리·감독 부실이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A씨는 2021년쯤 채용돼 시신 화장비와 봉안당·자연장지(잔디형, 수목형) 접수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중 A씨는 화장장을 찾는 대다수가 장례를 치르고 모인 부의금으로 비용 등을 계산한다는 점을 노려 현금을 빼돌렸다.

접수를 받고 전산시스템에 등록해야 하지만 영수증을 조작해 일부 금액을 빼돌려 누락시켰다.

전산시스템의 세수입 내역에 대해 등록만 하고 시가 관리·감독은 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

A씨는 고지서를 은행에 납부하는 업무도 홀로 도맡았는데, 15일 내로 은행을 방문해야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여수시는 A씨와 함께 일하던 동료의 제보를 받고서야 수년째 돈을 빼돌린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결국 현금 계산을 악용한 점과 세수입 내역 파악, 은행 고지서 납부 등 직영 시설 관리·감독이 전혀되지 않으면서 행정기관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는 당초 A씨 포함 공무직 3명이 한 계정으로 전산시스템을 사용했는데 개인 계정을 부여해 각자 사용하도록 하고, 당일 세수입 내역을 담당부서 팀장에게 보고토록 할 방침이다.

기피시설인 영락공원이 도심 외곽에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시 차량을 지원해 매일 은행에 고지서를 납부토록 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해당 사건으로 A씨를 지난해 '해고' 조치했으나 최근 같은 업무 후임으로 친누나를 채용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개경쟁 채용을 통해 인력을 뽑았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추가 횡령액이 있다는 제보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재조사에 착수했다"며 "시스템 메뉴얼과 기준을 마련해 재발 방지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어 "친누나 채용 관련 법적 문제는 없다"며 "다만 논란이 있어 업무 조정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A씨는 지난해 담당부서 팀장이 장부상 수입액과 영수증 발급 금액이 맞지 않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범행이 발각됐다. A씨의 행각은 사무실 안팎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고스란히 담겼다.

여수시는 자체 감사를 벌여 A씨를 해고 조치했고, 피해 금액 1300만원을 전부 환수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기관에 의뢰, 경찰은 횡령 혐의로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여수시는 추가 제보에 따라 A씨에 대한 재조사를 벌이는 한편, 검찰에 횡령액이 더 있었는 지 여부도 의뢰한 상태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