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살려라" 진도군 조도보건지소 입체작전 폈건만…망연자실

강풍 속 해경 함정에 태워 긴급이송, 끝내 환자 숨져

조도보건지소 직원들과 119대원들이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응급환자를 해경 함정에 태워 진도로 이송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진도군 제공)/뉴스1

(잔도=뉴스1) 조영석 기자 = 저체온증으로 쓰러진 채 발견돼 실려 온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섬지역 보건지소와 119지역대, 해양경찰이 합동으로 입체작전을 펼쳤으나 끝내 사망,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전남 진도군 조도보건지소 등에 따르면 이틀 전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리던 23일 오후 1시께 조도면 거주 박모씨(95)가 조도 119지역대에 의해 실려 왔다.

집 앞마당에 쓰러져 있는 박씨를 이웃 주민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 보건지소로 이송돼왔으나 저체온증으로 의식이 혼미하고 기본적인 건강상태가 확인되지 않아 위급한 상태였다.

보건지소는 즉시 정맥주사와 모니터링을 실시해 응급처치를 진행한 뒤 환자를 종합병원이 있는 진도로 이송하기 위해 해경에 함정 출항을 긴급 요청했다.

조도 어류포항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오가는 정기 여객선이 하루 서너 차례 운항하지만 이날은 전국적인 폭설로 대설주의보가 내린데다 강풍까지 겹쳐 여객선은 발이 묶인 상태였다.

기상청 날씨예보에 따르면 당시 진도지역에는 5.4cm의 눈이 쌓이고, 기온은 영하 4.7도를 기록했다.

보건소에서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조도면사무소와 해경 출항상황을 실시간 공유, 해경을 기다렸다.

곧이어 해경 함정이 진도 서망항에서 출항했다는 연락을 받고 응급 의약품 등을 준비, 환자를 진도로 이송하기 위해 조도 어류포항을 출발하는 순간 환자는 심정지 상태가 됐다.

조도119 구급대원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서 해경 함정에 탑승, 진도 팽목항에서 119구급대에 환자를 인계했다.

조도보건소에서 근무중인 공중보건의와 간호사도 환자가 진도 119에 인계 될 때까지 해경 함정에 올라 환자를 끝까지 지켰다.

하지만 이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조도 보건소에는 박씨가 끝내 회생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도보건지소로 복귀한 직원들이 환자의 안부를 묻는 전화통화에서 박씨의 유족들은 "방금전에 운명하셨다"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용수진 진도군보건소 조도보건 팀장은 "환자의 상태가 걱정이 돼서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가족들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너무 안타까웠다"며 "유족들이 고맙다고 해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조도보건지소는 1978년 대우재단의 낙도오지 의료사업으로 시작된 후, 조도면 하조도에 병원을 설립하고 2001년까지 대우의원으로 운영됐다. 이후 진도군에서 대우의원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조도보건지소로 운영되고 있다.

24시간 응급의료 체계 유지로 섬 주민들을 위해 일차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확대형 보건지소로 내과와 치과, 한의과 등의 공중보건의 5명을 비롯해 1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kanjo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