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광주교육감도 '고차방정식' 고뇌…고교 신입생 배정 왜 어렵나

광산구 학생 1152명은 타구 학교로 배정…과밀·쏠림 현상
교육감의 토로에 평소 교육청 비판 시민단체도 "자책할 일 아냐"

페이스북에서 광주 일반계고 신입생 배정 고충을 토로하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죄송합니다. 평준화 일반계고 신입생 배정,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2024학년도 고입 평준화 일반고 학생 배정에서 특정 지역 학생 과밀 현상이 해소되지 못한 데 대해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장 학교 수에 비해 학생이 많은 지역의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전체 학생 수 감소 추세 속 학교 설립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전하며 시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19일 오전 이 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올해도 반복되는 원거리 배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민원이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됐다"면서 "최선을 다해 지망 학교에 100% 배정한다 했으나 원치 않은 학교에 배정 받은 학생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유 여하를 따라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사과했다.

전날 광주시교육청이 고입 평준화 일반고 합격자 1만1599명에 대한 전산 추첨을 통해 고교 배정을 발표한 결과 광산구 학생 1152명이 광산구 소재 고교에 배정되지 못했다.

광산구는 중학교가 26개인데 비해 일반계 고등학교는 11개에 그치는 등 중학교와 고교 분포 차이가 커 일부 학생들은 통학 시간이 버스 이용시 1시간이 소요되는 서구와 북구 학교로 배정됐다.

강제 배정이 아닌 학생이 희망한 학교 후보 가운데서 배정했지만, 희망 우선도가 떨어지거나 원거리 배정이 이뤄지면서 시교육청에는 학부모들의 민원 전화가 수백통씩 잇따르고 있다.

광주 고교 중 상당수인 33개의 사립고등학교가 동구와 남구에 자리잡고 있는데, 사립학교인 만큼 이설도 어려운 부분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입시 내신 고등급을 위해 학생 수가 많은 학교나 남녀 공학을 선호하는 등 선호도가 극명한 실정이다.

이같은 고교 배정 어려움을 교육감은 가감 없이 시민들과 공유했다.

이 교육감은 "광산구는 학교급간 불균형으로 광산구에 배정 가능한 학교는 11개가 최대"라며 "광산구는 특정학교 쏠림과 기피 현상이 강한, 수요-공급 불일치가 유독 심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은 광산구에 고등학교를 신설하고, 기피 학교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교육청도 광산고 설립을 추진하고 기피학교 정상화를 노력하는 만큼 원거리 통학 불편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육감은 "매년 학생 수가 1000명이 감소하는 우리 지역 현실을 감안하면 학교 신설도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면서 "당장 피부로 느끼는 학생, 학부모들의 불편을 바로 해결할 묘안이 없어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원거리 통학의 불편을 감내해야 할 학생들과 민원을 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이 교육감의 글에 3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다수의 시민들이 광주 도심 고교 배정 고충에 공감하는 의견을 남겼다.

특히 평소 광주시교육청 교육행정에 날카로운 비판을 견지해 온 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도 "광주 고교 배정 누구도 100% 만족할 수 없다.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이 교육감은 이에 '좋아요'를 누르며 화답했다.

박고형준 활동가는 그러면서 "자기 자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현 고교 배정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고, 교육당국이 이를 수용하는 배정 방식 개편에 반대한다"는 논지의 언론사 기고글을 게시하며 이 교육감의 고충에 공감을 나타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