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논란'에 광주시 결국 음악제·전시관 등 일부 축소…왜?
음악축제 예산 삭감·전시관 '문학관'으로 개명
광주시 "이념논쟁과 무관…발전 방안 마련 과정"
-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지난해 '이념논쟁'에 휘말렸던 광주 출신 중국 항일 작곡가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이 일부 축소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율성 음악제 예산이 삭감됐고 정율성 전시관은 '양림문학관'으로 변경된다. 광주시는 이념논쟁 때문이 아닌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매년 개최해오던 정율성 음악축제와 동요제 예산을 올해는 반영하지 않았다.
시는 지난해 본예산 수립 과정에서 음악축제 개최비 2억8400만원을 편성했으나 시의회와 논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정율성 음악축제는 2005년 '광주 정율성국제음악제'로 시작해 성악콩쿠르, 음악제, 동요제 형태로 매년 열렸다. 광주 남구가 주최하다 2007년 광주시가 주최하면서 매년 2억~4억원 예산을 지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논란 이전부터 그동안 진행해온 정율성 음악제의 방향성 정립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음악제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음악제로 발전될 필요가 있는데, 그동안의 음악제로는 작품수도 빈곤하고 음악 콘텐츠로서의 확산에 대한 한계점이 있어 발전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에 특화된 음악제 콘텐츠 방향을 개편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던 중 예선이 편성되지 않았다"며 "사업이 중단된것처럼 비칠 수 있으나 향후 종합적인 발전방안이 마련되면 제반 일정을 고려해 음악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구는 정율성 생가로 알려진 양림동에서 추진하던 '정율성 전시관' 조성 사업 계획을 수정했다.
남구는 사업 명칭을 '양림 문학관'으로 변경하고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사업 내용도 바꿨다.
광주시는 당초 정율성 생가를 복원해 전시관으로 조성하려 했으나 생가 토지 매입이 어려워 정율성 생가 인접 토지를 활용해 전시관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정율성 전시관 조성 사업' 부지에 인접해있는 '김현승 가옥 복원사업' 계획 수립 중 가옥의 노후화로 가옥 리모델링이 어려워 지난해 7월부터 정율성 전시관 사업과 김현승 가옥 복원사업을 통합 추진하는 방식으로 검토했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율성 전시관과 김현승 가옥 복원사업을 통합 추진함에 따라 특정인의 한정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전시관보다는 광주 양림동을 대표하는 여러 예술작가의 콘텐츠로 전시관을 조성해 양림동의 풍부한 역사, 문화자원을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며 "향후 내부 전시 콘텐츠에 대해서 주민 여론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념 논쟁' 때문에 정율성 기념사업이 차질을 빚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동구 불로동에 조성하고 있는 정율성 역사공원은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는 게 단적인 예다. 정율성 역사공원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토지 보상비 35억원, 조성비 13억원 등 48억원을 들여 광주 동구 불로동 878㎡에 생가 리모델링과 시민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8월 당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북한과 중국에서의 행적을 이유로 철회를 요구하면서 논쟁 대상으로 부상했으나 광주시는 공원 명칭, 콘텐츠, 활용 방안 등을 담은 종합 계획을 수립해 올해 상반기 중 공원을 개관하기로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시의 정율성 사업에 대한 입장은 일관된다"며 "정율성 사업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 정부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사업이 추진돼 왔고 광주만의 시각과 판단으로 진행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왔다"고 이념논쟁 확산에 선을 그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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