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방에 '한동훈 XXX' 썼다가 연행…야당 "공권력 남용"
이용빈 의원 "검찰독재정권의 공안몰이, 인권탄압"
민형배 의원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데…"
-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광주의 한 40대 남성이 최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한동훈 XXX'라는 위협글을 올렸다가 연행된 사건을 놓고 지역 정치권에서 '공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인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구갑)은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시민 긴급체포는 남영동 대공분실을 연상케 하는 검찰독재정권의 공안몰이이자 인권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폐쇄형 대화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테러 사건에 대한 걱정과 분노, 규탄의 심정'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단순히 격정적인 마음을 실명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누구보다 존중하고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경찰 스스로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침해하면서까지 공안몰이를 자행했다"며 "정권에 아부하는 '눈치보기 수사, 공안몰이 과잉수사, 인권탄압 공안수사, 민간인 불법사찰'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을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치테러 빌미로 공권력 남용 인권탄압 자행한 경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테러는 속수무책이던 경찰이 여당 비대위원장을 비판하는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는 아주 신속하다"며 "정치테러를 빌미로 정부 여당 비판 세력에 재갈을 물리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속담에 '없는 자리에선 나랏님도 욕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은 개신교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런 상식조차 통용되지 않는 거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말할 자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시민의 헌법적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김모씨와 광주시민께 사과하고, 경찰권 남용의 책임자를 가려내 의법 조치하라"고 촉구했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40대 김모씨는 지난 2일 오후 9시38분쯤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한동훈이 OO, 내일 광주경찰청 오면 XXX'라는 글을 올렸다가 이튿날 오전 5시25분 자신의 집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긴급체포 뒤 김씨 휴대전화를 압수 분석해 '범죄가 중대하고 재범 위험성이 크다'며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범죄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4일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김씨는 장애가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새벽에 신분증도 지갑도 챙기지 못한 채 광주에서 제주경찰청으로 연행됐고 휴대전화도 경찰이 빼앗아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풀려난 뒤에도 오갈 곳이 없어 경찰서에 머물렀고, 뒤늦게 상황을 안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5일 오후에야 광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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