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밀항 1등" 자칭 밀항왕 말 믿은 코인왕…둘 다 체포

가상 자산 시세조작 피의자 해외 도주 시도
조직적 밀항 시도에도 해경에 붙잡혀…밀항 총책도 검거

최재옥 목포해양경찰서 외사계장이 9일 오후 전남 목포시 산정동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신안군 홍도 해상 밀항 알선 총책 검거' 브리핑을 열고 사건 발생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2024.1.9/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목포=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이른바 '코인왕'으로 불리는 가상 자산 시세조작 피의자가 자칭 '밀항왕'에게 2억을 주고 해외 도피하려다 둘 다 해경에 붙잡히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12월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외 밀항 방법을 찾고 있던 박모씨(43)는 자신을 "대한민국 밀항 1등"이라 자부하는 총책 A씨를 만났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자산 거래소 코인원 임원·브로커와 함께 가상자산 시세조작 사기 사건에 연루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그의 또다른 명칭은 '코인왕', '존버킴'. SNS에서 초고가의 외제차를 자랑하는 그는 가상코인 업계에서 코인만으로 1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인물로 알려져 왔다.

박씨는 자신에 대한 출국금지 명령에 출국금지 취소 처분을 제기했고, 지난해 12월8일 최종 패소했다.

출국 금지 명령에도 두바이행을 택한 그는 A씨로부터 밀항 낚싯배를 가진 40대 선장과 선원 등을 소개 받았다. 박씨는 '밀항 비용 명목'으로 A씨에게 총 2억원을 건넸고, A씨는 이 돈 일부를 중간책, 선장 등과 나눠가졌다.

전남 목포해경이 체포한 밀항사건의 조직도.(목포해경 제공) 2024.1.9

밀항을 약속한 선장 등은 지난해 12월14일 오전 전남 여수 소호항에서 배를 띄웠다. 이 배는 완도항을 거쳐 18일 진도 귀성항에서 박씨를 태웠다.

박씨를 태운 배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와 어선위치발신장치도 모두 껐다. 그러나 해상날씨는 이들의 밀항을 돕지 않았다.

중국 측 영해로 이동하던 배는 기상 악화에 회항하기에 이르렀다. 영해에서 만나기로 한 또다른 선적과 만나지 못하면서다.

이 와중에 서해해경은 한 배의 V-PASS 위치가 소실됐다는 신고를 접수받았다. 해경은 곧바로 항공기와 경비함점 등 모든 가용세력을 동원, 이들을 '요구조자'로 수색하기 시작했다.

어선을 특정한 해경은 이 배를 홍도항으로 입항하도록 유도했는데 배는 인적 없는 선착장으로 향했고, 누군가를 내려주는 모습을 포착했다.

인근을 수색하던 해경은 박씨를 발견했고 그가 출국금지명령을 받은 코인왕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체포 당시 박씨 수중에 있던 돈은 중국 화폐로 1만 위안 남짓이었다. 이를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81만원 상당이다.

결국 박씨와 밀항 어선 선장, 선원은 모두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해경은 자칭 밀항왕을 붙잡기 위해 끈질긴 잠복수사를 벌였고 19일인 이날 A씨를 긴급체포했다.

과거 동종전과를 가진 A씨는 중국 대련, 석도 등지에서 밀항 관련 조직들과 교류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 관계자는 "밀항 총책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와 아직 붙잡히지 않은 중간책에 대한 추적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