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백씨 부녀 재심 받는다

광주고법, 심문 종결 6개월 만에 재심개시 결정
백씨 부녀 4일 출소…검찰·변호사 재심서 주장 팽팽할 듯

광주고등법원의 모습. /뉴스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중형을 선고 받은 부녀에 대한 재심이 결정돼 16년 만에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고등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오영상)는 4일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형을 확정받아 재소 중인 아버지 백모씨(74)와 딸(40)에 대한 재심 결정을 내렸다.

재심 결정으로 형이 집행정지 됨에 따라 이날 오후 백씨 부녀는 출소한다.

백씨 부녀는 2009년 7월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마신 백씨의 아내 최모씨를 포함해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당시 백씨 부녀가 15년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 국민 공분을 받으면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불렸다.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씨 부녀는 광주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는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나온 백씨 부녀의 자백을 '결정적 증거'로 꼽았고, 2심 재판부도 이를 근거로 백씨 부녀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터 백씨 부녀는 자백 내용을 번복하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백씨 부녀의 변호를 맡은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이 이들 부녀를 상대로 진행한 조사 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하며 "해당 사건은 검사와 조사관이 강압 수사, 허위 수사로 지적 또는 사회 능력이 낮은 가족들을 범인으로 만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박준영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사건은 뚜렷한 용의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와 조사관이 짜맞추기 식으로 백씨 부녀를 범인으로 몰아갔다.

박 변호사는 "막걸리 구입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은 버스와 도로 CCTV 등 전체 증거조사를 했는데 검찰은 확보된 증거를 전혀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법원은 제출된 공소장을 토대로 오이농사에 청산가리가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이들의 유죄를 판단했으나 오이농사에는 청산가리가 사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는 농부 50여명으로부터 이 진술을 확보해놓고도, 청산염 미검출 자료 등 핵심 증거들을 전혀 제출하지 않아 당시 재판부를 기망했고 이들의 무죄를 입증할 모든 정황을 숨기는 등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다. 이들 부녀는 범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앞선 법원의 결정이 정당하다며 이들의 유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을 위해 별도의 TF팀을 구성해 대응할 만큼 이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검찰은 당시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의 재심사유는 이유가 없다. 재심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지난해 8월8일 재심 관련 심문이 종결된 해당 사건은 약 6개월 만에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