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해' 청룡이 승천한 '이곳'…막내가 60세인 고흥 용암마을 소망은

2024년 갑진년…10가구 남짓 60세 막내 이장부터 94세 최고령
"손주들 건강하게만 커주길…용 기운 듬뿍 받아가세요" 활짝

29일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용암마을 용바위 언덕에서 바라본 일출./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고흥=뉴스1) 김동수 기자 = "손주들 건강하게 컸으면 하는 바람 뿐이지." "용바위가서 꼭 소원 빌고가."

갑진(甲辰)년 용의 해를 이틀 앞둔 30일 오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용암(龍岩)마을. 선착장 주변으로 넘실거리는 파도와 바람 소리가 조용하게 울려퍼진다. 10가구 남짓한 작고 한적한 이 마을에는 환갑(1월1일 기준)을 맞은 60세 막내 이장부터 94세 최고령 할머니가 살고 있다. 선착장에서 비탈지고 비좁은 길목을 지나 도착한 마을회관.

이곳에서 만난 백춘자(82)·심봉긴(83)·김영자(83)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보이며 취재진을 반겼다.

"여기가 용 마을인가요?"라는 질문에 백 할머니는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려 '용조형물'의 형상을 그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이다.

용조형물 이외에도 용과 관련된 다양한 관광지를 소개하는데 마치 '전문 가이드' 같았다.

백 할머니는 "며칠 전에도 서울에서 촬영한다고 왔는데 내가 잘 설명해줬다"며 "마을 용(조형물) 앞에서 용 기운을 받고 소원을 빌면 정말 이뤄진다"고 미소지었다.

자식 셋과 손주 여섯을 두고 있는 백 할머니의 새해 소망은 '자식·손주 건강'이다. 특히 손주들이 서울과 광주, 전남 광양 등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다.

백 할머니는 "나이 먹고 더이상 바랄 게 없지만, 손주들 항상 몸 건강하게 컸으면 한다"며 "첫째, 둘째, 셋째도 '건강'"이라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심봉긴·김영자 할머니도 자식과 손주 건강 걱정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할머니들은 "용(조형물) 앞에 가서 꼭 새해 소원 빌고 용 기운 듬뿍 받아가라"고 마을회관 입구까지 배웅해줬다.

왼쪽부터 김영자·백춘자·심봉긴 할머니.2023.12.30/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용암마을 주변에는 용바위에서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잇는 '미르마루길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미르는 용을, 마루는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탐방로를 따라 이어지는 4㎞ 구간에는 용과 관련된 '용조형물', '용두암', '용바위', '사자바위', '미르전망대', '용굴', '몽돌해변' 등 멋진 풍경이 널려 있다.

용암마을 용바위는 용과 관련된 신비로운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주민 류시인은 꿈 속에서 백발노인이 나타나 용추에서 두 마리 용이 승천하려고 싸울 때 한 마리의 용을 활로 쏘아 죽이지 않으면 마을에 큰 불운이 닥친다고 전한다. 격렬하게 싸우는 두 마리 용은 청룡과 흑룡으로 류시인은 흑룡에게 활을 쏴 청룡이 이길수 있도록 도왔다. 싸움에서 이긴 청룡은 마을 앞 바위를 딛고 승천했다. 그 바위가 용바위다. 바다에서 나온 용이 절벽을 훑으며 하늘로 오른 듯한 흔적이 남겨져 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용의 기운을 듬뿍 받으며 새해 소망을 빌 수 있는 1월 국내 여행지 5곳을 추천했다. 이중 '고흥 용암마을'도 포함됐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