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탈락' 전남대 교수회 "안동·경북도립·순천대 발전 의문"

거점국립대 집중 육성 강조…타 대학들 "유감스런 주장"
교수회장 "기초학문 붕괴 우려에서 지적, 국립대 위주 통합해야"

전남대 정문 전경./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지방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5년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에서 탈락한 전남대학교 교수회가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거점국립대학들에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된 안동대, 경북도립대, 순천대 등 대학들에 정부 예산 1000억원이 지원되더라도 경북대와 전남대 등 거점국립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원을 분산하는 대신 국립거점대학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성과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글로컬 선정 대학들은 이같은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며 균형·상생발전에 제도 취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29일 전남대 교수평의회에 따르면 해당 주장은 지난 21일 교수평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제42대 교수회장 명의 '2023 글로컬과 대학개혁의 혼선'이라는 글을 통해 제기됐다.

해당 글은 교수회장인 김재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쓰고 교수회 임원단의 동의를 얻어 게시됐다.

교수회는 "전남대는 여수대와, 경북대는 상주대와 이미 통합을 한 지 오래됐지만 효과가 커 보이지 않고 경북대의 경우 '빈깡통' 통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면서 "영호남을 대표하는 두 거점 대학은 모두 글로컬에 탈락했고, 전남대 본부는 새해부터 재신청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대학 당국과 교육부가 대학 경쟁력 강화 방향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교육 카르텔 폐지, 대학 개혁을 운운하지만 한국 사회의 입시지옥화 대학병목 현상을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정부 정책을 지적했다.

특히 "전국 10개 거점대학을 국립대학통합네트워크로 묶고 가칭 국립 한국대 10곳에 연 3500억원씩 대폭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번 글로컬 대학 선정에서 연구중심대학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낮은 가령 안동대-경북도립대나 순천대에 1000억원씩 지원해 연구중심대학인 경북대와 전남대 수준으로 발전할지는 의문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향후 10년~20년을 내다보면 대학 통폐합은 불가피하다. 가령 광주전남의 경우 목포대와 순천대, 광주과기원을 전남대로 통합하고 장기적으로 조선대도 전남 국립대로 편입시켜야 한다"면서 "더 이상 교육철학과 비전이 부족한 교육부에 우리 대학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 새로운 대학 개혁의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교수회의 주장은 내년 글로컬대학 재신청을 앞둔 상황에서 전국 대학들에 투자가 분산되기 보다는 국립거점대학에 집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전공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국립대학 근간인 기초학문 붕괴를 촉진시키는 친시장화 정책이라 지적하며 사실상 국립거점대 중심의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사업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젝트인데 결과를 보지도 않고 의문점을 남기는 주장은 굉장히 유감이다"면서 "교육부의 방침은 지역 대학이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갖춰 활성화하도록 돕는 의도이고 우리 대학도 인문학 육성 방침을 세우는 등 연구중심대학 방향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도 "글로컬은 꼭 연구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균형발전과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사업이다"면서 "지역과 산학의 특장점을 찾는 문제이지 연구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글로컬대학 사업은 자율적인 혁신을 강조하며 반드시 연구 중심 대학만을 발전시킨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통합 부분도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추진하지 않는다. 국립대라고 해서 더 고려하지는 않고 모든 대학에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교수회측은 정부의 고등교육이 국립대 중심으로 진행돼야 공공성 강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재관 전남대 교수회장은 "특정 대학의 사례를 거론하기보다는 교육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너무나 급조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한 글이다"면서 "글로컬사업의 경우도 재정 지원을 빌미로 대학 통폐합과 무전공 제도를 강화하는 건 너무나 일방적이고 교육 철학이 부재하다. 기초학문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 구조조정은 거점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향후 무상교육화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래야 지역 거점대학에도 인재들이 내려오고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