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민생사업 예산 줄 삭감에 구정운영 '빨간불'…주민들 '한숨'
'내로남불 의회' 직원 교육비 깎고 의원 연수비 전액 유지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서구의 2024년도 본예산이 의회 심의과정에서 역대 최고 규모로 삭감되면서 구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26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구는 이달 초 서구의회에 6751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의회가 이중 61개 사업의 예산 46억원을 삭감하면서 구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민생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될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은 전체의 0.68% 규모로 광주 5개 자치구 중 최고 수준이다.
광주 동구는 0.03% 삭감됐으며, 남구 0.08%, 북구 0.12%, 광산구 0.15%인데 서구만 유일하게 0.5% 이상 감축됐다.
앞서 서구는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해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와 경상경비 등을 10%씩 삭감한 바있다.
또 전체적으로도 올해 본예산 대비 0.41%를 감액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행정을 실현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서구의회가 또다시 대폭 예산을 삭감하면서 소상공인 지원과 일자리 사업, 주민참여 마을정부 활성화 등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민생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상공인 지원과 일자리 지원사업의 상당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예시로 서구가 폐업 후 재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장 임대료를 지원해 경제 부담을 줄어주는 '폐업 소상공인 다시서기 프로젝트'는 예산 6000만원이 전액 삭감 처리됐다.
이밖에도 △골목경제활성화를 위한 현장맞춤형컨설팅(2000만원) △중장년 등 구직자 취업지원(1100만원) △대한민국 명장들과 함께하는 청년창업육성 MBA(3000만원)의 예산이 모두 통째로 사라졌다.
올 한해 구체적 성과를 나타나고 있는 민선8기 역점사업도 예산 삭감을 피해가지 못했다.
서구는 지난 6월부터 2개월간 구 소재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지속적인 매출증대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장사의 신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컨설턴트들이 교육과 특별훈련을 통해 소상공인들의 고객관리와 홍보마케팅, 매장관리 등 영업전략을 전수해 큰 호응을 이끌었다.
그러나 의회는 '장사의신 아카데미 운영' 예산도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7000만원이나 삭감했다.
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큰 호응 얻은 '마을합창단' 운영지원도 1억74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외에도 △걷고싶은 길 조성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소통테마길' 조성(5억2500만원 전액 삭감) △정부 마을브랜딩 공모사업 연계 '피지컬발산쇼'(7000만원 전액 삭감) △마을BI활성화지원(5400만원 전액 삭감) △'세큰대 서구' 등 주민학습권 보장확대를 위한 평생교육배달강좌(2030만원 전액 삭감) 등이다.
주민들을 위한 사업 뿐 아니라 공무원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도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공직자 교육훈련프로그램도 1억6250만원이 전액 삭감 조치됐다. 창의혁신프로그램운영도 1억1470만원 전액 삭감했으며, 민원담당공무원을 위한 친절강화 워크숍 비용도 4000만원 모두 삭감됐다.
아울러 어린이 축제 등 주민참여예산과 지역문화예술인활동지원비, 생활폐기물플랫폼 개발비 모두 삭감했다. 예측불허의 상황에 대비한 일반예비비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처럼 다수의 사업에 대해 엄청난 금액이 삭감되자, 일각에서는 서구의회가 과도하게 예산을 삭감해 구정을 발목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동 중심의 생활정부 실현을 위한 마을BI활성화 사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장사의신 아카데미' 운영, 직원 교육과 워크숍 등 사업 상당수 예산을 전액 삭감하거나 대규모 삭감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이 가운데 의원들과 의회직원 국외연수와 교육 등 역량강화 예산 9780만원은 삭감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도 전형적인 '내로남불' 사례로 지적된다.
의정활동비의 경우도 광주 5개 구 중 서구가 가장 높다. 서구의원들의 활동비는 264만원으로 최고 수준이며 북구 257만원, 광산구 254만원, 남구 241만원, 동구 226만원 순이다.
대규모 예산 축소에 서구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치평동에 사는 한 주민은 "대의기구인 의회의 본연 역할은 구정 딴지걸기나 발목잡기가 아닌 주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반영해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구의회가 지금 보이고 있는 행태는 심의권 남용,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구청과의 기 싸움이나 권력 남용의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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