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용사·장애 조카 돌보던 이모…관심 필요했던 이웃의 쓸쓸한 죽음

월남전 용사 숨진 지 10일 만에…실질 1인가구 사각지대
광주·전남 '고독사' 매년 200명…관리대상 기준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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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기자 = 광주·전남지역에서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쓸쓸한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에서는 월남전에 참전했던 70대 어르신이 숨진 지 10일 만에 발견됐고, 일주일 전엔 전남 순천에서 50년간 지적장애 조카를 돌봐온 70대 여성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들은 실질적인 1인 가구임에도 지자체의 고독사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고립 속에 숨진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참전용사·지적장애 돌보던 이웃의 쓸쓸한 죽음

1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8시쯤 광주 북구 유동의 한 주택에서 "윗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집 내부에서 70대 남성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A씨의 사인을 '고독사'로 판단했고 사체 상태를 토대로 숨진 지 열흘 정도 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A씨가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월남전 참전명예수당을 받는 A씨는 1인 가구에 지병까지 있어 평소 집에서만 거동했지만 타지역에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지자체의 고독사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달 6일 오후2시58분쯤엔 전남 순천의 한 빌라에서 B씨(78·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B씨의 옆에는 지적장애 1급을 겪는 조카 C씨(54)가 탈진 상태로 있었다.

B씨는 이달 1일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거동불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한 C씨는 119의 강제개방으로 구조됐다.

미혼인 B씨는 거동이 불편한 C씨를 50년 동안 보살피며 사실상 부모 역할을 맡았다.

C씨의 유일한 보호자였던 B씨는 고혈압과 당뇨 등 각종 지병을 앓고 있었고 약 복용도 하고 있었다.

B씨도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기초수급자나 행정기관 보호대상자는 아니었고 C씨만 기초수급자였다.

◇단절에 고립…광주·전남 매년 200여명 고독사

고독사는 1인 가구가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통상 3일)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광주·전남에서 이들처럼 고독사한 1인 가구는 1054명에 달한다.

광주지역은 2017년 105명, 2018년 104명, 2019년 113명, 2020년 118명, 2021년 111명 등 매년 100명 이상이 고독사하고 있다.

전남에서도 2017년 77명, 2018년 87명, 2019년 101명, 2020년 114명, 2021년 124명 등 503명이 고독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에선 1만5066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전남도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고독사 위험군 실태조사 결과 고독사 위험가구는 훨씬 많다.

조사결과 전남지역에서는 현재 1969명이 고독사 위험군에 포함됐는데, 65세 이상이 1614명(82%)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50~64세는 271명으로 14%를, 30~40대도 70명으로 3.5%를 차지했다.

가구 특성별로는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43%로 가장 많았지만 일반 독거노인도 41%에 달했다.

고령과 노숙, 빈곤, 사별, 이혼, 1인가구 등에 따른 사회적 단절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고독사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건 관심"…사각지대 발굴 서둘러야

지역공동체와 이웃 주민, 지자체의 관심 밖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A씨와 B씨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수습될 수 있었다.

A씨 신고자는 해당 주택 세입자로, 문을 두드려도 집주인이 나오지 않고 악취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신고했다.

B씨도 생전에 연락을 주고받던 전 장애인활동지원사가 연락이 닿지 않는걸 이상하다고 여겨 집을 찾아갔고, C씨가 구조될 수 있었다.

매년 되풀이되는 고독사를 막을 수 있는 건 정부와 지자체, 이웃의 관심 뿐이라는 의미다.

A씨와 B씨처럼 가족은 있지만 실질적으론 1인 가구에 해당하는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광주시는 올해 '고독사 없는 따뜻하고 촘촘한 돌봄도시 실현'을 위해 4대 추진전략, 32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서구와 북구는 고독사 예방 조례에서 '홀로', '혼자', '연령기준'을 삭제하는 등 조례 손질을 진행하는데 고독사 위험군 발굴과 위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의 상담이나 지원 등 생활개입을 거부하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을 예정한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도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독사와 관련된 외로움과 고립을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외로움과 고립감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지자체에서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의 전수조사와 맞춤형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