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4명 중 3명 "정율성로 유지"…도로명 존치의견 물었더니

양림동 주민 1000여명 중 73% 설문 참여
75% '유지 찬성'…지자체 변경권한 없어

정율성거리는 중국 최고의 인민음악가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을 기리기위해 2009년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일대기를 그린 사진과 음악, 영화 등을 전시한 기념거리다.2028.8.28/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 거주하는 주민 4명 중 3명은 현재의 도로명 주소 유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보훈부가 불을 붙인 '정율성 이념논란'에 행정안전부가 정율성로에 대한 도로명 주소 변경을 권고한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주민의견 수렴 결과다.

4일 광주 남구에 따르면 남구는 지난달 양림동 정율성로에 거주하는 아파트, 주민, 상가 등 1000여 세대에 대해 '정율성로 도로명 주소 사용 찬성·반대'를 묻는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는 1000여세대의 73% 가량이 참여했고, 이 중 4분의 3은 '정율성로라는 도로명주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나머지 4분의 1은 반대에 투표했다.

정율성로는 정율성이 중국에서 유명한 음악가로 활약한 업적을 기리고, 중국과의 우호 증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연계한 중국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2008년에 광주 남구청장이 부여한 도로명이다.

남구는 양림동 257m 도로 구간에 정율성로로 도로명을 부여·고시해, 현재 1000여세대가 해당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6.25 전쟁 당시 남침에 앞장섰던 인물을 기리는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이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호국영령의 영예를 훼손하기 때문에 해당 사업 일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국가보훈부의 주장을 근거로 지난달 12일 남구에 정율성로에 대한 도로명 변경을 시정 권고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해당 도로명이 변경되려면 정율성로에 거주하는 주민 20% 이상이 스스로 명칭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모아 남구에 변경을 신청서를 제출한 뒤, 심의위원회 등을 거친 뒤 거주민 50% 이상의 변경 동의를 얻어야하는 만큼 행안부의 권고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정율성로 도로명주소 명명은 주민 의견수렴, 도로명주소위원회를 거쳐 지정되는 등 기존에 법적 절차가 준수됐기 때문에 행정기관인 남구는 직권으로 도로명 주소를 바꿀 수 없다.

13일 오후 광주 남구 정율성거리에 조성된 정율성 흉상이 복원돼 있다. 해당 흉상은 지난 2일 보수계 전도사로 알려진 A씨가 밧줄을 묶은 뒤 차량으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 흉상을 훼손했다. 2023.10.13/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정율성(본명 정부은)은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항일운동가다.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에 가입했다. 이때 의열단장이자 조선혁명간부학교장이던 김원봉이 '음악으로 성공하라'는 뜻으로 '율성'(律成)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1936년 '오월의 노래(1936년)'를 시작으로 '팔로군 행진곡(현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1939년)' 등을 작곡했다.

1945년 광복 뒤 북한에서 조선인민군 구락부장·협주단장으로 활동하며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6·25전쟁 시기엔 중국 인민지원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으며, 1956년 이른바 '8월 종파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은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으로, 자유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앞장섰던 사람을 세금으로 기념하려는 광주시 계획에 우려하며 전면 철회돼야 한다"는 글을 지난 8월 SNS에 올리면서 정율성 공원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광주시는 2020년 5월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연말까지 48억원을 들여 완성하기로 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