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한다고 7개월이나 문 닫는 광주 동구보건소…황당한 이유
청사 철거공사 진행…주변 건물 임대료 비싸 업무중단
3000원 떼던 보건증, 일반병원은 2만원…"행정편의주의"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 동구보건소가 청사 철거공사와 리모델링으로 7개월 간 진료 등 대면업무에서 손을 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 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건증 발급 업무도 공간 부족을 이유로 중단되면서 시민들은 7배 가량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0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동구보건소는 12월11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민원·예방접종·진료 등 대면업무를 중단한다.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광주시가 왕복4차로인 동구청 앞~조선대 정문 사거리 구간(375m)의 20m폭을 30m로 확장하는 사업과 국토부 주관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위한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따른 조치다.
도로 확장사업 공사 부지에 동구청 지상 1~4층 규모(연면적 6500㎡) 별관동 일부가 포함되면서 12월27일부터 도로 방향 1~4층 760㎡ 일부가 철거된다.
이에 따라 별관동에 있는 동구의회를 비롯한 교통과, 마을자치과 등 부서들은 본관과 별관동 뒤편에 증축되는 부속건물, 서남동 주민센터 건물 등으로 이전한다.
별관 1층에 들어서 있는 보건소 3개 부서 또한 본관과 서남동 주민센터 건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된다.
건물 철거 공사는 한 달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2월부터 국·시비 38억이 투입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 일환으로 △냉난방 시스템 설치 △고성능 창호 교체 △내외부 단열 보강 등에 돌입하면서 각 부서들은 이전된 공간에서 24년 하반기까지 생활하게 된다.
문제는 보건소의 민원·예방접종·진료 업무가 약 7개월 간 중단된다는 점이다.
별관동 전체가 이전하면서 마땅한 진료공간을 확보하지 못했고, 인근 건물의 임대료가 너무 높아서 업무 대체공간을 구하지 못했다는 게 동구의 해명이다.
보건소는 개인병원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해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동구보건소가 업무를 중단하면 신체검사서 발급, 일반진료, 한방 치료, 예방 접종 등의 시민 대면업무도 모두 멈춰선다.
특히 일반음식업 등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소위 '보건증'이라 불리는 건강진단결과서 등이 필수인데 보건소에서는 3000원에 발급 받을 수 있으나 이를 개인 병원에서 발급할 경우 비용이 1만5000원~2만원으로 7배 가량 비싼 값을 내고 보건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사실상 공공의 노력 대신 시민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다.
진료업무 중단으로 인해 업무공백이 생긴 현장인력 10여명은 임시적으로 내부 행정처리 등에 투입해 업무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동구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서 보건소 리모델링 공사를 할 때도 업무가 중단됐었다"며 "불편하시겠지만 보건증과 예방접종 등이 가능한 병원을 홈페이지에 게시해놓거나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한달 전부터 관련 내용을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증 신규 발급은 어려우나 재발급 등은 가능하다"며 "공백 해소를 위해 보건소는 7월 중 다시 건물에 들어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행정편의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시민들을 위한 공적 서비스가 중단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자치구에서 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한다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 관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행정편의주의"라며 "일정 재원을 투자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마땅히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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