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해상풍력사업, 기술선진국 유럽에 다 빼앗긴다

덴마크 등 해외 기업들 국내사업권 3분의 1 차지
"전기사업법 개정해 한전 사업참여 길 열어줘야"

해상풍력 발전소 모습.(전남도 제공) 2021.2.5/뉴스1 ⓒ News1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지난달 노르웨이에 이어 최근 덴마크의 에너지사절단이 전남을 찾아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덴마크 CIP는 신안과 영광 해상에 약 4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 중이다. 세계 1위 풍력터빈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와는 목포신항에 15㎿급 터빈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막바지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풍력발전에 상당히 유리한 지리적 장점을 갖고 있으나 풍력발전 기술은 선진국과 다소 큰 격차가 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나 한국 업체들의 기술수준은 유럽의 4분의 3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서 추진 중인 대규모 풍력발전사업의 3분의 1은 해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풍력발전의 핵심분야인 글로벌 풍력터빈 업체 점유율 역시 미국의 GE, 중국의 골드윈드,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1,2,3위에 올라 있다.

때문에 글로벌 풍력발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수십조원대로 예상되는 국내 풍력발전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에 한해 국내 최대 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사업법에 발목이 잡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2000년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법'이 제정되면서 한전은 모든 발전사업에서 손을 떼야 했다. 당시 정부는 한국전력의 규모가 너무 거대하기 때문에 분리하는 것이 설비투자와 운영의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01년 4월 발전부분은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자회사 6곳으로 분리됐고, 2011년 1월에는 화력발전 5개의 양수발전사업을 분할해 한국수력원자력에 합병했다.

이로 인해 한전은 국내 발전부문에서 제외되고 송전과 배전, 전력판매 기능만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신재생 발전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한해 한전의 직접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그동안 정부를 향해 전기사업법 개정 필요성을 설득해 왔지만 중소발전사업자 등의 반대에 부딪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9월 취임한 김동철 한전 사장도 취임사에서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자금력과 기술력, 풍부한 해외 파이낸싱 경험을 갖춘 한전이 적극 주도해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의 설득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한전이 대규모 풍력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한전은 글로벌 신재생 발전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중후장대(무겁고, 두껍고, 길고, 큰 것을 다루는 산업) 산업으로 꼽히는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한해 한전의 직접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설정했고, 풍력발전의 비중을 2021년 13%에서 2030년 40%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더욱이 국내 신재생 발전 비중이 2036년 30.6%로 늘어나면 한전의 전력구입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도 그만큼 늘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26일 "대규모 신재생 발전사업을 통해 요금인하 요인을 억제하고 국가 에너지전환 목표달성에 기여해 국민편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전기사업법이 개정돼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 참여가 가능하더라도 중소 발전사업자와의 경계조정은 명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전은 신재생발전에 직접 참여하는 범위를 해상풍력의 경우 400㎿ 이상의 공동접속설비 구축이 필요한 사업, 태양광은 정부와 지자체가 요청하는 대규모 사업,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기술개발, 실증 및 시범사업 등 제한적으로 참여한다는 구상이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