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광주서 피의자 또 도주…부실한 관리 도마

절도혐의 외국인 유학생, 경찰서 현관서 달아나
경찰, 인권 논란 속 수갑 사용 부담…시민들 불안

광주 동부경찰서의 모습./뉴스1 DB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광주에서 체포된 범죄 피의자가 잇따라 도주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부실한 피의자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19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5분쯤 동부경찰서 현관에서 절도혐의를 받는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A씨(19)가 도주했다.

A씨는 광주 동구 충장로 한 가게에서 2만8000원 상당의 생필품을 훔쳐 절도 혐의로 현행범 체포돼 경찰서로 호송되던 중이었다.

당시 수갑을 차고 있지 않던 A씨는 순찰차에서 내린 직후 경찰관의 눈 부위를 폭행한 뒤 달아났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와 지문 감식 등을 통해 A씨를 추적했고, 도주 3시간 15분 만인 18일 오후 9시20분쯤 광주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해당 학교의 어학당에 재학 중인 유학생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차에서 내리면 수갑을 채우려 했는데 경찰관을 폭행하고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6월11일 오전 6시쯤 광주 광산구 월곡지구대에서 불법도박 혐의로 붙잡힌 베트남 국적 23명 중 10명이 조사를 기다리다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창문으로 집단 도주했다. 사진은 맨발로 달아나는 베트남인들 모습이 담긴 인근 CCTV 영상 모습. 2023.6.11/뉴스1

앞서 광주에서는 체포된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6월 광주 광산구 월곡동 한 단독주택에서 도박 혐의로 붙잡힌 23명 중 10명이 월곡지구대 회의실에서 기초조사를 받던 중 15도 가량 열리는 폭 20㎝ 창문을 통해 도주했다.

이틀에 걸쳐 3명은 경찰에 검거됐고, 7명은 자수했다.

지난해 7월에도 광주 광산구 하남동에서 데이트 폭행으로 현행범 체포된 지명수배범이 기초조사를 받던 중 '담배를 피고 싶다'고 요청한 뒤 달아나 7시간 만에 긴급체포됐다.

해당 사건들의 문제는 붙잡은 피의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또 이들에게는 도주를 방지할 수갑이 사용되지 않았다.

경찰 수사규칙에는 '도주 또는 폭행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수갑을 사용하라'는 지침이 있다.

그러나 경찰들은 수갑 사용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도주 우려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모든 결정이 일선 경찰관 판단에 맡겨지면서다. 또 인권 침해 논란의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경찰관은 "인권위의 피의자 인권 신장에 따라 현행범 체포일 경우에도 수갑 사용을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중대범죄 또는 난동을 부리지 않는다면 수갑 사용은 경찰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만 올해 두번이나 피의자 도주 상황이 반복되자 관리 부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세종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어떤 혐의든 체포가 됐다는 것은 강제수사 절차가 이행됐다는 것"이라며 "체포한 사람에 대해 수갑 등 장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체포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수갑 사용 여부를 떠나 피의자를 놓칠 경우 제2, 제3의 범죄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피의자 관리 지침 위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