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까지 수험생 '응원'…택시기사가 건네준 아날로그시계

광주·전남 차분한 분위기 속 수능 시작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전원 서충섭 김동수 이수민 이승현 기자 박지현 수습기자 조현우 인턴기자 = "우리 딸 힘내라. 수능 끝나고 이 자리에 그대로 있을께 다녀와."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일은 16일 오전 7시. 광주 서구 상일여고 앞에는 이른 시간 땅거미를 헤치고 수험장에 입실하려는 수험생들과 그들을 배웅하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수험장에 들어서는 딸을 꼭 안아주며 마지막 응원을 보냈다. 교문으로 들어서는 딸을 향해서는 "엄마 끝나고 이 자리 그대로 있을게 다녀와"라며 다독였다.

학부모 방미라씨(52·여)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아침을 차려줬다. 점심 도시락도 장이 예민한 아이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준비했다"면서 "수능장에 딸을 들여보내니 시원섭섭한 느낌이다. 수시에 합격은 했는데 최저등급을 맞춰야 해 꼭 좋은 결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서는 고요한 아침을 깨우는 응원의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서광고 교사 이화민씨는 상일여고에서 수능을 보는 제자 34명을 응원하려 아침부터 학교 앞에 진을 치고 기다렸다. 한 명 한 명 제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이 교사는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야"라고 외치며 격려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광주 서구 상일여자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반려견에게 응원을 받고 있다. 2023.11.16/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수능생을 향한 반려견의 응원도 있었다. 상일여고 앞에서 한 수험생이 차에서 내려 교문에 들어서기 전 키우던 반려견에 코를 파묻었다.

이 학생은 "솜! 언니 간다. 이따 또 보자"면서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학부모 김미정씨(43)는 "수능 보러 가는 딸이 걱정인데, 8년간 키운 강아지가 힘이 돼 주길 바라며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와 전남 각 시험장에서는 입실하는 수능생들의 다급한 풍경과 응원하는 학부모, 교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남여고 고사장 앞에서는 수능장에 들어서는 학생을 위해 모범운전기사가 자신의 아날로그시계를 풀어 빌려주는 일도 있었다.

광산구 성덕고등학교 앞에서는 수험장에 들어서던 한 수험생이 교문 앞을 지키던 경찰과 교사, 어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교육 수장도 수능 응원에 가세했다.

16일 광주 서구 광덕고 수능 고사장 앞에서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수능 응시생들을 응원하고 있다.2023.11.16./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광주 서구 광덕고 고사장 앞에서는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이 입실하는 수능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광주교육의 대표선수, 빛나는 광주학생을 응원합니다'라고 적은 피켓을 든 이 교육감은 "광주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평소처럼 유감없이 발휘해 좋은 결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도 수능을 앞둔 학생들의 다급한 풍경과 응원전이 이어졌다.

전남 무안군 남악고에서는 한 남학생이 여학교 교사장으로 잘못 찾아오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 7시55분으로 입실 시간이 촉박하면서 현장에서 상황을 살피던 전남경찰청 허수강·심효린 순경이 급히 학생을 고사장으로 이송했다.

순천 매산고 앞에서도 '금당 형들 수능 만점', '형, 누나 재수 없이 대학 가즈아'라는 피켓을 든 금당고 학생회 학생들의 선배 응원이 펼쳐져 응원 분위기를 북돋았다.

이날 광주에서는 38개, 전남에서는 46개 시험장에서 오전8시40분부터 일제히 2024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됐다.

광주에서는 1만6089명, 전남에서는 1만3463명의 학생들이 수능에 응시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