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기싫은 정치인 현수막들…보도 시야 가려 교통사고 우려도
日오염수·정책메시지, 얼굴사진 넣어 거리 곳곳에
"당 차원서 현수막 제재할 수 없어…후보 자율에 맡겨"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얼굴 알리기에 나선 출마 예정자들의 현수막이 난립하고 있다.
특히 추석연휴를 맞아 대거 내걸면서 시민들과 귀성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추석연휴 첫날인 28일 광주 도심 곳곳에는 각 정당 예비 출마 예정자들의 홍보 현수막이 일제히 걸렸다.
주요 대로변인 광주 북구 임동 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과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사거리, 금호동 풍금사거리, 광산구 광주송정역 인근, 동구 무등산 등산로 초입, 남광주시장 앞 등 횡단보도는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다.
정치인들은 현수막에 추석 메시지와 자신의 소속 정당·직책, 경력, 이름 등을 크게 실었다.
일부 정치인들은 추석 메시지보다도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에 대한 지적이나 공약으로 내세울 정책 사안, 현 정부에 대한 비판 등을 더 크게 적어 게첨했다.
또 오색 저고리 한복을 입은 화려한 여인의 그림을 내건 한 진보정당의 경우 골목마다 현수막을 1개씩 게시하는 등 과도하게 많은 양을 배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호지구 풍금사거리에서 만난 김철호씨(66)는 "명절인사를 빙자해서 지지를 호소하는 것 아니냐"며 "과하게 홍보하니까 오히려 해당 후보에 대해 반감이 든다. 동네가 지저분해졌다"고 토로했다.
이들 현수막이 획일화되지 않아 도심 미관을 저해하고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불만도 잇따랐다. 특히 횡단보도 주변에 현수막이 집중돼 있어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장혜윤씨(35·여)는 "가게가 대로변 1층에 위치해 있는데 간판이 현수막에 가려져 버리면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중앙을 가리지 않더라도 각도에 따라 잘 안보일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신경써서 상가가 아닌 쪽에만 걸어주셨음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올 추석 연휴동안 정치인들의 현수막 공세는 막을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8일 강수훈 광주시의원이 발의한 '광주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이 광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계도기간 등 문제로 이번 추석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현수막 조례에서 명절 등 특정 기간동안 내건 정치 현수막은 단속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는 점도 문제다.
조례에는 '시장이 정하는 명절 인사 등 특정시기에 의례적인 내용으로 표시·설치하는 정당현수막 등은 철거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를 적용하면 명절 연휴에 내걸린 정치인들의 현수막은 제거 대상이 아니게 된다.
각 정당에서도 출마 예정자들의 과도한 현수막 공세를 제재하지 않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현수막 난립이 문제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정당 소속 후보들의 경우 최소한 한도 내에서 본인들을 알릴 수 있는 방안 정도로만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다른 정당처럼 무분별하게 게시하지 않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필수적인 곳만 게첨했다"고 해명했다.
또다른 정당 측 역시 "당 차원에서 현수막을 걸라던가, 걸지 말라던가 지침으로 제한할 수 없다"면서 "일부 당이 현수막을 완전히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타 당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우리만 막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후보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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