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덕분에 '휴~'…마트 화재범 몰렸던 60대 종업원 '무죄'

60대 종업원, 1심 벌금 500만원 선고→항소심 무죄
CCTV 속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 담배 피우는 걸로 오인

ⓒ News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담뱃불로 인한 마트 화재'의 용의자로 지목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마트 종업원이 '손에 든 아이스크림' 덕분에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실화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A씨(63)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4월24일 오후 1시42분쯤 자신이 일하던 전남 장흥의 한 마트를 실수로 불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상황은 이렇다. 이 마트 옆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다. 마트에서는 이 골목에 종이박스 등을 보관해왔다. 그런데 이곳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났고, 불은 곧장 건물 외벽과 천장 등을 통해 가게로 옮겨붙어 마트 일부를 태웠다.

수사기관은 A씨의 흡연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해 실화 혐의를 적용했다.

마트 인근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데 불이 나기 10분 전까지 이 골목을 지나친 건 종업원 A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 1명 등 총 2명이었다. CCTV의 각도상 골목 안쪽은 촬영되지 못했다.

화재원인 감식에 들어간 소방당국은 같은 날 오후 1시41분쯤 이 둘 중 한명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골목으로 향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방화나 전기, 기계적 요인 등 다른 이유에 따른 발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담뱃불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수사기관에 전달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평소 흡연 습관, 수사기관에서 보인 언동, 화재감식 결과 등을 종합해 A씨가 담배를 제대로 끄지 않아 불이 났다고 판단,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사건 당시에 골목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종이상자를 정리했을 뿐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고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CCTV상 A씨는 1시39분쯤 한 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골목으로 갔다. 1분 만에 가게로 돌아온 그는 다른 손으로 유리테이프를 챙겨 골목으로 돌아갔다.

약 4분50초 뒤인 46분엔 다시 마트 내부로 들어오는 모습이 찍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처음 나갈 때 들고간 아이스크림은 2분 뒤에 한 입만 베어 문 상태였다"며 "A씨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또 A씨가 그 와중에 테이프를 사용해 박스를 정리했다면 시간이 더욱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박스의 양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정리에 필요했던 시간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약 4분50초 동안 아이스크림을 먹고 박스를 정리했다는 A씨의 주장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A씨가 그 시간 동안 담배까지 피울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만약 CCTV 영상에 A씨가 담배를 물고 가는 모습이 없었다면 화재 원인을 원인 미상으로 기재했을 것"이라는 화재 원인 감식 소방관의 법정 증언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CTV 영상에서 A씨는 담배가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었다"며 "소방관이 이를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으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당시 바람이 상당히 불었고 불씨가 다른 곳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나 다른 화재 원인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원심 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기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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