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익사사고 벌써 잊었나…광주 풍영정천 안전불감증 여전

국지성 호우에 출입통제 잦지만 무시하고 하천 건너
"버스정류장 돌아가는 10여분 절약"…위험감수하고 이용

풍영정천 수위 상승으로 징검다리 출입이 금지된 가운데 한 학생이 안전선 안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다. 2023.9.15/뉴스1 조현우 인턴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조현우 인턴기자 = "위험한 건 알지만 버스가 급해서요…."

2년 전 초등학생 2명이 물에 빠져 숨진 광주 광산구 수완동 풍영정천 징검다리. 이상기후에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며 하천변 수난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6월21일 풍영정천에서 초등학생 2명이 물총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광주에는 비가 내리면서 도심하천인 풍영정천의 수위가 높아졌고 유속도 빨랐다.

아이들의 참극에 광주시는 풍영정천 징검다리 16개소에 탈출용 안전줄을 설치하고 강우 등으로 수위 상승 시 징검다리 통행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광주천 등 유사사고 우려 지역에 대한 안전시설 강화에도 나섰다.

그러나 사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풍영정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수천세대가 밀집돼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급행버스를 빠르게 타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고 풍영정천의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풍영정천 인근의 아파트 4개 단지에서 광주 주요지점을 다니는 급행버스 노선의 버스정류장(수완우미린2차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선 풍영정천을 돌아갈 경우 도보로 9분에서 14분 가량이 걸린다.

반면 풍영정천의 징검다리를 건너갈 경우 110여m만 걸어가면 곧바로 해당 정류장에 갈 수 있다. 도보로는 2~5분이 소요되는 지름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비가 내리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돌다리를 이용하고 있다.

수시로 기상특보가 변경되고 국지성 호우가 이어지면서 광산구는 비가 내릴 때마다 하천변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차단봉 또는 테이프 등 안전띠를 이용한 통제만 이뤄지고 있어 시민들은 이를 무시한 채 돌다리를 건너다니고 있다.

주민 A씨(58)는 "출입 통제선이 쳐져 있더라도 물이 넘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통행하는 편"이라며 "물이 갑자기 불어날 때 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B씨(21·여)는 "돌다리가 미끄럽고 비가 올 땐 위험한 걸 알지만 등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유혹이 강하다"며 "슬리퍼를 신고 가다가 미끄러질 뻔한 경험도 있어 조심스럽게 통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험을 자초하는 시민들의 행동에도 지자체가 제지하거나 처벌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하천변 통제를 따르지 않아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30만~1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경찰과 공무원의 합동 순찰에서 통제선을 넘는 시민을 발견하고, 그 시민이 통제에 따르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광산구청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있었던 만큼 징검다리 철거를 고려했지만 버스 정류장 이용 등 주민 반대 민원으로 철거가 어렵다"며 "호우 시 당국에서 재난 안전 문자를 발송하고 방송과 순찰을 진행함에도 일부 시민들의 안일한 행동이 이어져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가 시민 생명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부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호우 시 하천변 통행을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