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서 작업자 사망했는데…장례식 후 건설사는 '잠수'
장례식 나타나 '비용 지원' 약속하더니 돌연 "안될 것 같다"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한 가운데 '장례비용' 문제를 두고 유족과 건설사 측이 갈등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후 3시43분쯤 광주 남구 봉선동의 H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A씨(58)가 리프트에 깔려 숨졌다.
A씨는 자동화 설비 점검을 진행하던 중 약 2m 위에 있던 호이스트(이동용 장치)가 추락하면서 그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경찰과 노동당국은 사업주인 H건설이 안전수칙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A씨의 소속, 하청 여부 등을 파악 중이다. A씨는 H아파트 건설사인 H건설이 아닌, D업체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사업주인 H건설이 유족 측에 여러 번 '말 바꾸기'를 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A씨 유족 측 주장에 따르면 H건설 공사관리본부 B팀장은 지난 11일 밤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먼저 "장례비용을 전부 부담하겠다"고 약속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경황이 없던 유족들은 위로금과 보상금 등 문제에 대해서는 묻지 못했으며 장례비 지원만이라도 분명한 약속을 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3일 뒤 장례식장에서 퇴관한 뒤 H건설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장례비용 정산을 위해 H건설 B팀장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장례식장에서는 유족 측에게 "정산이 되지 않고 있다. 언제쯤 정산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수시로 해왔다.
유족 측은 "장례비 정산은 H건설 측에서 하기로 했다"며 B팀장 연락처를 전달했다.
B팀장은 여전히 A씨 유족 측의 연락은 받지 않으면서도, 며칠 뒤 장례식장에 전화해 "유가족 측에서 장례비를 결제해야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질 뿐이다.
이 와중에 H건설은 관할 구청인 남구 측에 '유족들에게 장례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구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H건설이 최종적으로 유족에게 장례비 지급을 하지 않더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 남구 설명이다.
남구 관계자는 "관내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동향파악을 위해 해당 내용을 전달 받았지만 건설사가 유족 측에게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행정력이 개입해 제재를 하거나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건설현장에서 호이스트 추락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사례는 분명한 '산업재해'였다"며 "산업재해임이 분명한데도 왜 H건설은 책임을 미루고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위로금이나 보상금처럼 큰돈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H건설 측이 먼저 '장례비 지원'을 약속해놓고서 어떠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잠수를 타버렸다"며 "왜 그러는 것인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시도하는데 전화를 안받으니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안전 과실 여부 등을 수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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