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흡연 과태료 10만원' 맞나 틀리나…지역마다 다르다, 왜?

금연지정은 자치구 몫…광주는 관련 조례 없어 부과 못해
폭발사고 예방 개정안은 폐기…자치구 해법 고민

주유소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지역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흡연을 해도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주유소 현수막은 혹시 모를 폭발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업주들의 자구책이었다.

최근 광주에서 불거진 여성 운전자의 '주유 중 흡연'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입법안도 무산된 상태로, 광주 일부 자치구는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29일 광주 5개 자치구 등에 따르면 현재 광주에 위치한 모든 주유소는 '금연구역'이 아니다. 현행법상 주유소 내 흡연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과태료도 부과할 수 없다.

최근 광주 남부소방서에는 국민 신문고를 통해 "20대로 추정되는 여성 운전자가 월산동 한 주유소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주유를 했다. 과태료 처분을 내려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 흡연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블랙박스 영상도 함께 제출됐다.

이를 검토한 소방과 남구청은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이 사건은 유튜브의 한 채널에도 올라와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대로 추정되는 한 운전자가 광주 남구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담배를 피는 모습.(유튜브 '그것이 블랙박스' 갈무리) 2023.5.29

위험성이 높은 주유소 내 흡연 행위에 행정당국이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없는 이유는 뭘까.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학교, 어린이집, 의료기관, 일정 규모 이상의 휴게음식점영업소, 일반음식점영업소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 흡연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유소 등 위험물취급소는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았다.

가스충전소의 경우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금연구역'으로 지정, 흡연시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반면 주유소는 각 자치구가 자체 조례를 통해 금연구역으로의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수십개 주유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충북 음성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주유소 내 흡연에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고, 어느 지역에서는 단속조차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소방법인 위험물 안전관리법도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법이기 때문에 이용자(고객)나 행인을 대상으로는 적용이 어렵다.

광주 한 자치구 관계자는 "광주는 모든 버스정류장과 일부 도심공원, 학교 환경보호구역, 건강 특화 거리 등이 조례를 통해 금역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주유소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금연구역은 흡연 관련 민원이 많은 지역에 대해 주민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 주유소는 흡연 민원 다발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포함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금연구역은 행정청이 부착한 금연 스티커나 노면 표시 등이 이뤄져야 한다.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유소 내 흡연 적발시 과태료 10만원' 현수막은 업주들이 자구책으로 걸어놓는 것"이라며 "조례 대상들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행정청의 금연 스티커, 노면 표시 등 시설물 설치도 이뤄져야 하는데 현수막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2019년 주유소 내 흡연자 엄격 처벌을 골자로 하는 '위험물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으나 해당 안건은 지난 2020년 5월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위원회는 "주유소 등 위험물 제조소 등에서의 흡연은 화재·폭발 등의 사고로 이어져 생명과 재산상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고, 현재 금연구역을 규율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은 입법 목적상 규율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입법 목적은 타당하다"면서도 "기존 과태료와의 형평성 제기 가능성, 규제 적정성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과태료 부과 기준이 지자체의 몫으로 넘어가면서 광주 남구와 서구 등 일부 자치구는 주유소를 금연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조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자치구 관계자는 "금연구역 지정은 주유소라는 업종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닌, 주유소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일일이 설정해야 한다"며 "시설물 설치 등 관련 절차 진행을 위한 예산 확보도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stare@news1.kr